돌(수석)과 나무, 정원 18

절정의 순간

절정의 순간  매일 아침운동을 하면서 우리동네 ‘솔향기 나는 집’ 정원에 들립니다. 이집은 세컨 하우스여서 이 시간에는 주인장이 없습니다. 평상시는 정원 여기저기에 위치한 수석들을 감상하면서 돌들의 배치가 어떻게 새롭게 변했는지 살핍니다. 주인장의 독특한 취미가 만들어낸 이곳의 돌과 수석들은 모두 작품입니다. 저마다 풍미(風味)와 서사(敍事)를 갖춘 듯합니다. 오늘은 큰 바위돌을 휘감고 꽃을 피운 개복숭화(?) 나무를 보았는데 참으로 조화롭고 아름다웠습니다. 처음에 정원을 만든 주인이 의도적으로 연출하였을 터인데 자연 속에 그린 한 폭의 동양화 그대로입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정원의 품격이 한껏 고조(高調)됩니다.  이 풍경을 보면서 인생에 있어 이러한 ‘절정의 순간’은 한 두 번일 것인데..

전중기 수석 감상실 2

전중기 수석 감상실 2 어제는 문양석 애호가인 전중기 친구가 소장하고 있는 수석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수석은 사람의 보는 관점에 따라 감상법이 다르지만 제 느낌을 적어봅니다. 멋진 글로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지만 실력이 부족해서 그러지 못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수석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름다움이 주는 위안입니다. (2023.8.8) 무적함대 무적함대 같기도 하고 앞은 머리, 뒤는 꼬리, 가운데는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머리가 있는 해신(海神) 같기도 합니다. 바다를 제패(制覇)할 수 있는 힘이 있어 보입니다. 나른한 오후에 보면 힘이 솟을 것입니다 프라다나스 언덕 프라다나스가 있는 언덕은 무언가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라다나스가 하늘거리며 가을의 정취를 더해 줍니다. ..

돌들의 말(言)

돌들의 말(言) 돌은 문양이나 형태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은 물론 돌이 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돌을 곁에 두고 가만히 바라보면 누군가 믿음직한 사람이 곁에 있는 것 같아 위로 받기도 하고 마음이 밝아지면서 기쁨과 설렘이 일기도 합니다. 돌이 우리에게 주는 미덕을 생각해 봅니다. 돌은 묵직하고 든든합니다. 오래도록 변함없이 신뢰를 지킬 것 같은 믿음이 인간에게 토템이즘을 낳게 했을 것입니다. 돌의 색은 돌의 질(質)에 따라 원래부터 변함없이 나타나 있는 것도 있지만 물을 만나야 색과 문양이 선연하게 드러나는 돌이 있습니다. 호피나 검은 묵석같은 돌은 색의 변함이 없어 안방에서 좌대에 앉아 있고, 대부분의 조경석은 비를 맞거나 물을 뿌리면 색이 드러납니다. 물기 없이 말라있을 때는 존재감이..

김산 선생님을 만나다

김산 선생님을 만나다 지인의 소개로 김산 선생님 내외분께서 우리집 정원에 자연석을 배치했습니다. 여덟 군데에 배치가 완료되었는데 하나하나 작품이 완성되는 것을 보며 저는 탄성을 질렀습니다. 정원의 품격이 높아져 신나고 흥분됐습니다. 돌 값과 시공비용을 따지면 그분들은 제에게 보시(普施)한 것이었고 저는 갑자기 귀인(貴人)을 만나 들떴습니다. 그분들은 일반 사업가가 아니었습니다. 수십년간 강의와 사회활동을 한 철학 전공자였습니다. 특별한 이력을 가진 그분은 ‘수석 박물관’을 설립할 목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수석을 채굴하고 수집해 왔으며 돈보다는 수석. 흙과 함께 사는 자연주의자였습니다. 어제 저녁 9시 반에 잠들어 새벽 2시에 일어났는데 지금까지 잠을 이루고 못하고 있습니다. 밤에 비가 조금 내려 수석에 그..

순천만 정원에서

순천만 정원에서 (2023.5.23) 옛 직장 동료들과 순천만 국제정원 박람회장에 다녀왔습니다. 2013년 박람회 개최 이후 두 번째로 열렸는데 규모는 112만 제곱미터에, 86만 그루의 나무와 65만 그루의 꽃이 심어졌다고 합니다. 숫자는 이렇지만 하루종일 관람해야 전체를 다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내를 도는 버스로 한바퀴 돌고 걸어서 두 시간 정도 관람했는데 대단했습니다. 인공으로 만든 정원인데 자연과 똑 같았고 그림처럼 아름다웠습니다. 정원을 디자인한 전문가들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고, 사람도 만들어지고 가꾸어야 더 아름다워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합정원(三合庭園)

삼합정원(三合庭園) 전라도 음식에 ‘삼합(三合)’이라는 게 있습니다. 돼지고기, 홍어회, 묵은김치. 이 세 기지를 쌈싸듯 한 입에 넣어 먹는데 음식재료의 절묘한 조합이 감칠맛을 낸다고 합니다. 주로 잔칫집에 가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음식입니다. 정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무, 꽃, 돌. 이 세 가지의 조화로운 배치가 명품정원을 만들어냅니다. 우리 동네 명품정원 홍광옥 & 성수형(제가 부르는 호칭)정원은 원래 명품 나무들로 잘 가꾸어진 정원인데 몇 년 부터는 나무 주변을 수반처럼 꽃으로 장식하여 금상첨화(錦上添花)로 만들더니 이제는 여기에 수석(돌)을 배치하여 ‘나무+꽃+돌’이라는 멋진 삼합정원(三合庭園)을 만들었습니다. 최근에 배치한 돌들은 거의 대부분 안방에서 좌대에 앉아 호강하고 있었던 것들인데 이제는..

전중기 수석 감상실

전중기 수석 감상실 50년 지기(知己) 전중기는 수석 애호가입니다. 친구가 보내준 문양석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돌에 새겨진 산수화의 진풍경을 보면 돌 하나가 우주를 품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깨끗하고 순수합니다. 우리네 인생이 이렇게 단정하고 정갈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서로 오해하고 서운해 한 것들도 눈 녹듯 다 녹아버립니다. 돌 하나가 주는 안정감과 평화. 이것이 수석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일 것입니다. (2023.5.4) 우주의 기운 두 다리에 엉덩이를 내민 사람이 태양을 향해 장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우주의 기운이 하늘로 솟구치고 있는 형상입니다. 달빛 내리는 밤 달빛 내리는 밤입니다. 교교한 달빛이 아름다운 산야에 숨 죽이고 있습니다. 밤은 깊고 깊었으되 달빛이 환하니 님 그리워 ..

여수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오늘도 여수에 와 구봉산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길을 가다가 빈 의자를 보고 잠깐 멈춰서 폰으로 사진을 찍고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누군가가 앉아 있어야할 것 같은 자리가 비어있어 허전해 보였고 집사람과 함께 여기에 앉아 담소를 나누면 좋겠다며 홀로 산행을 아쉬워했습니다. 숲속이지만 의자가 깔끔했고 주변에 쌓인 낙엽이 푹신해 보였습니다.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제 인생의 시계도 겨울로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멀리 아들이 사는 아파트단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은 지 30년이 지난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좋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왠지 위축됩니다. 하지만 집이 가까워지니 제 입가에는 엷은 미소가 지어집니다. 집에 가면 집사람과..

작은 돌들

작은 돌들 어린 아이들만 소꿉놀이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원생활을 하다보면 꽃과 나무를 옮겨 심고, 화분, 수석 등 소품들을 다시 배치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행동을 ‘소꿉놀이’라고 합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습니다. 오늘도 활짝 핀 백합꽃 향기를 맡으며 돌과 소품들을 재배치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에도 따분하고 지루한 일상이라고 느끼지 않고 전원생활이 주는 행복을 향유하고 있습니다. (2022.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