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수석)과 나무, 정원

여수에서

송담(松潭) 2022. 10. 24. 15:13



< 1 >

집으로 가는 길에


오늘도 여수에 와 구봉산 둘레길을 걸었습니다. 길을 가다가 빈 의자를 보고 잠깐 멈춰서 폰으로 사진을 찍고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누군가가 앉아 있어야할 것 같은 자리가 비어있어 허전해 보였고 집사람과 함께 여기에 앉아 담소를 나누면 좋겠다며 홀로 산행을 아쉬워했습니다. 숲속이지만 의자가 깔끔했고 주변에 쌓인 낙엽이 푹신해 보였습니다.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제 인생의 시계도 겨울로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멀리 아들이 사는 아파트단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은 지 30년이 지난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좋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왠지 위축됩니다. 하지만 집이 가까워지니 제 입가에는 엷은 미소가 지어집니다. 집에 가면 집사람과 아들이 기다리고 있고 떨어져 살다가 오늘은 셋이 함께 식사를 하며 평온한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집은 비싸고 외관이 멋진 집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집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좋은 집을 갖지 못한 자의 정신승리법이 아닙니다. 아들이 사는 집은 비록 오래된 임대아파트지만 그 안에는 동화책에 나올 것 같은 노란 불빛이 따뜻하게 스며있습니다. 믿음과 사랑의 보금자리에서 아들은 2~3년 후에 더 좋은 주거지로 가겠다는 평범한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2022.11.20)




< 2 >

구봉산에서


오늘은 수술한지 만 8개월이 되는 날입니다. 주말이라 아들이 사는 여수에 와 구봉산에 올랐습니다. 구봉산은 오늘이 여덟 번째입니다

정상에서 다도해 풍경을 보니 언제 보아도 멋있는 풍경입니다. 가까이 있는 돌산, 경도 섬은 알겠는데 멀리 있는 다른 섬들은 여수가 고향이 아니어서 잘 모르겠습니다. 누군가가 섬과 섬 사이를 이어주는 것은 다리가 아니라 ‘사랑’이라 했습니다. 사랑이 있으면 섬은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하산할 때는 '오를 때 못 본 꽃, 내려 올 때 보려고' 사방을 두리번거렸는데 숲이 음침해서 그런지 들꽃 한 송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길가에 바위 한 곳을 자세히 보니 특별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큰 곰이 새끼곰 두 마리를 이끌고 가는 형상이라고 여겨졌습니다. 자연에 놓인 수석을 감상하는 방법은 각자 보기 나름입니다.


잠시 후 나무 두 그루가 바짝 붙어서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숲속의 나무들은 서로가 살아남기 위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성장한다는데 이 두 나무는 거의 붙어있다시피 있습니다. 같은 수종이 아닌 참나무와 소나무였는데 혹시 이 두 나무가 부부관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부사이라도 꼭 이렇게 가까이 붙어있으면 싸움이 잦아 좋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 나무들은 다툼 없이 서로를 배려하며 오랜 세월을 지탱해 온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세월이 흐르면 완전히 한 몸인 연리지(連理枝)가 되겠지요.

 

 


두 시간 정도 산행을 했는데 체력이 수술 전에 비해 70% 정도 회복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의사선생님 말에 따르면 완전히 회복되어도 예전의 80% 정도밖에 안 될 거라 합니다. 수술한지 8개윌이 되었는데 얼굴은 아직 수척해 보이고 예전의 패기당당(覇氣堂堂)한 모습이 시들해진 것 같아 아쉽지만 이 정도면 순조롭게 회복되가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2022.9.24)


< 3 >

오동도에서


오늘은 여수 오동도에 갔습니다. 여러번 가본 곳이지만 산책겸 들렀습니다. 동백나무 숲을 여유 있게 둘러보며 팻말에 적힌 글을 가져왔습니다.(2022.10.30)

 

부부나무

 

남편이라는 나무가 내 옆에 생겼습니다.
바람도 막아주고, 그늘도 만들어 주어 언제나 함께 하고 싶고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그 나무가 싫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나무 때문에 시야가 가려지고 항상 내가 돌봐줘야 하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할 때도 많았습니다.

비록 내가 사랑했던 나무였지만, 그런 나무가 싫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귀찮고 날 힘들게 하는 나무가 밉기까지 했습니다.
괜한 짜증과 심술을 부리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부터 나무는 시들고 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심한 태풍과 함께 찾아온 거센 비바람에
나무는 그만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나는 그저 바라만 보았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나무가 없어도 충분히 살 수 있다고 여겼던
나의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때서야 깨달았습니다. 내가 사랑을 주지 않아 쓰러져버린 나무가 얼마나 소중한지 말입니다.
늘 함께 했던 나무의 소중함을 잊고 지내는 사이에 나무는
나에게 정말로 소중한 그늘이 되어주었다는 것을...

이미 늦어버린 걸까요?
이제는 쓰러진 나무를 일으켜 다시금 사랑해줘야겠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임을 다시 알게 되었습니다.
나의 나무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의 나무는 혹시 잎이 마르거나 시들진 않았나요?
우리들의 나무는
사랑이라는 거름을 먹고 삽니다.

 

 

 

 

 

< 4 >

구봉산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오면서 구봉산 둘레길을 1시간 반 정도 답사했습니다. 중간중간 편백숲이 있고 그곳에 쉼터를 만들어 놓아 가벼운 트랙킹 코스로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둘레길을 돌면서 나뭇잎이 물들어가는 모습들을 담아 왔습니다.
(2020.11.13)

 

 

둘레길을 한참 돌다가 바다가 보이는 장소가 있었습니다.


< 5 >

늙어서도 엉뚱한 생각이...




여수 구봉산에 올랐습니다. 지난 6월부터 시작하여 열 번째입니다 내려오면서 숲길에서 특이한 자태의 나무를 보았습니다. 여인의 나신(裸身) 같았고 은밀한 부분까지 보여 관능적이라 생각했습니다.

철학자 후설(Husserl, 1859~1938)에 의하면 우리의 일상은 대상(對象)을 경험하는 과정이고 대상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 의식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대상이 의식에게 어떻게 주어지는가? 대상을 어떻게 의미 있는 것으로 파악하게 되는가? 하는 것이 현상학(Phenomenology)이 다루는 주제라고 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심오한 철학적 물음이 아니더라도 그냥 무심하게 서 있는 나무를 제가 여인의 나신으로 의식한 것은 주책 떠는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언젠가 들은 이야기인데 여자 요양보호사가 독거노인을 방문하여 돌봄 활동을 하는데 남자 할아버지들은 자꾸 찝쩍거려 민망하고 귀찮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또한 요양원에서 치매에 걸린 남자 환자가 자꾸 여자들한테 접근하는 것을 보았다고 합니다. 몸이 늙어 성적 에너지가 고갈되었어도 수컷의 본능은 살아있나 봅니다.

한편,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의하면 이러한 성적 욕구는 의식이 아닌, 빙산의 일각이라는 '무의식' 속에 숨어 있어 겉으로는 잘 모르지만 '꿈'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나타난다고 합니다. 숨겨진 욕구를 도덕과 윤리라는 이성으로 억압하면 그럴수록 다시 원래대로 '회귀'한다고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신경증'이라는 부작용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오늘 무심코 나타난 저의 의식이 본성의 발로였든 숨어있는 무의식이었든 결코 남의 일이 아니어서 정신이 바짝 듭니다. 늙고 병들어서 추태를 보이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운동하고 특히 뇌 관리에 신경 써야겠습니다.

내려오면서 이끼와 넝쿨식물이 수를 놓은 바위를 미술품 감상하듯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자연이 그린 수채화이고 산수화였습니다. 이렇게 하산 길을 여유롭게 내려오다 보면 한그루의 나무를 보고 엉뚱하고 이상한 생각을 하기도 하고 자연이 만들어 놓은 예술품을 만나기도 합니다. 나 홀로 산행이어도 재밌습니다.

(2022.10.23)

 

< 6 >

구봉산 정상에 14번째 올랐습니다. 여수에 오면 구봉산에 오르는 재미로 열심히 운동하게 됩니다.(2022.12.7)

 

< 7 >

 

여수 구봉산(386m),고락산(336.7m),장군산(325m),망마산(141.7m)


산행코스 : 구봉산-한재-장군산-한영대-여수MBC-고락산-생태터널-망마산-웅천근린공원주차장(11.5km,5h)
※ 망마산,웅천근린공원,장도근린공원

구봉산((九鳳山 386m)은 벽오동 열매를 따먹으러 내려온 아홉 봉황이 때를 놓쳐 날아오르지 못하고 각기 봉우리가 되었다는 전설에 기인한다.

고락산(鼓樂山 335m)은 괘락산(掛樂山)으로도 불리며 둥둥 북을 울리면 선녀들이 내려와 춤을 추었다고 한다.
산정에는 전라남도 기념물 제244호로 지정된 ‘고락산성(鼓樂山城)’이 있다.

장군산(將軍山 325m)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이름이고,
망마산(望馬山 141.7m)은 망도 보고, 훈련도 시켰던 곳이다. 장군이 훈련하는 말을 바라볼 수 있어 이 이름이 붙었다.

한재(140m)는 장군산과 구봉산 사이의 안부이며, 이 고개 아래로는 한재터널이 뚫려 있다. 큰재라는 이름이며, 대치(大峙)라고도 부른다.

날머리를 일부 변경해 '웅천근린공원'으로 하였고, 아름다운 섬 '장도근린공원'을 답사할 수 있다.
산정에서 바라보이는 호암산, 마래산, 종고산은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출처 : 부산 한마음 산악회 홈페이지

 

< 8 >

 

여수시민에 10년째 예술 선사한 예울마루

 

문화예술후원 우수기관 GS칼텍스1400억 투자해 아트센터 운영
매일경제 박대의 기자 (2022.12.21)

전남 여수의 예울마루에 마련된 장도 전시장 전경. <사진 제공=GS칼텍스재단>



전남 여수시에 있는 작은 섬 장도는 이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예술의 섬으로 불린다. 지난 2012 GS칼텍스가 이 곳에 아트센터 예울마루를 개관하면서 자리잡은 변화다.

1021석의 대극장, 302석의 소극장, 기획 전시장 등을 갖춘 예울마루는 각종 공연과 전시를 열어 지역민들에게 수준 높은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해왔다. 특히 이전까지 서울 등 대도시에 가야만 볼 수 있었던 연극이나 뮤지컬, 클래식 등 다양한 공연이 마련되며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3~4일에는 예울마루 대극장 무대에는 뮤지컬 킹키부츠가 올랐다. 서울과 수도권, 지방 대도시를 제외하고 이 공연이 열린 지역은 여수가 유일하다.

예울마루는 GS칼텍스가 여수산업단지에 최초로 입주한 기업으로서 지역 사회에 이익을 환원하는 차원에서 추진돼왔다. 지자체와 지역주민과의 대화를 통해 지역사회에 문화 예술 인프라스트럭처 조성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1100억원을 투자했다. 2012년 공연장과 전시장 중심으로 개관했고 2019년에는 장도 전시관을 개관하며 지역의 문화에술 랜드마크를 완성했다. 지난 10년간 여수시 인구( 30만명)의 약 4배에 달하는 110만명이 예울마루를 찾았다.

 

지방 소도시 중 유일하게 전남 여수 ‘예울마루’에서 공연한 뮤지컬 ‘킹키부츠’의 한 장면.
<사진 제공=GS칼텍스재단>

 

2022.8.11 준공된 웅천~소호 간 '선소대교'

총 사업비 713억원이 투입된 ‘웅천~소호 간 도로개설공사’(선소대교 포함)는 지난 2018년 7월 착공해 4년간의 공사 끝에 길이 1,154m의 왕복 4차선 도로로, 비대칭 곡선주탑 사장교인 선소대교가 550m, 진입도로가 640m에 이른다.
출처 : 여수 밤바다. 백리 섬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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