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요리하기, 하면 된다!

송담(松潭) 2022. 9. 22. 20:09

요리하기, 하면 된다!

 

 

 

 

제가 할 수 있는 요리는 국끓이기로 3년 전 집사람이 병원에 20여일 입원했을 때 처음 끓여 보았습니다. 종류는 콩나물국, 미역국, 김치찌개 등 3가지 정도입니다. 이 세 가지는 아주 간단하더군요. 그 후 반찬 같은 건 아직 만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최근 집사람이 여수 아들집에 가 있어 제가 1주일에 한 번씩 여수로 가서 1박 하고 옵니다. 올 때 집사람이 국, 반찬까지 챙겨주면 저는 전기밥솥에 밥만 하면 됩니다. 제가 큰 수술을 했던 사람이라 집사람이 걱정을 많이 하는데 별다른 불편 없이 혼자 잘 챙겨먹고 있습니다.

 

오늘은 모처럼 직접 호박 된장국을 끓여봤습니다. 집사람한테 전화를 해서 레시피를 물어볼까 하다가 그냥 자력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호박을 자르고 씨를 뺀 다음 적당한 크기로 잘라 냄비에 넣고 된장을 몇 스푼 물에 타 넣었습니다. 냉장고에서 잔멸치, 마른 새우, 마늘 다짐을 찾아 넣고 끊이면서 잠깐 스푼으로 간을 보았더니 아주 짰습니다. 얼른 물을 붓고 고추와 양파를 추가로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텃밭에 가서 고추 3개를 따오고 양파는 그늘막 자루에 담겨 있는 것을 3개 꺼내 왔습니다. 티비에서 본 세프(chef)를 흉내 내듯 도마 위에 놓고 고추는 송.송.송. 썰고 양파는 총.총.총. 썰어서 칼로 쓰윽 밀어넣었습니다. 다시 간을 볼까 하다가 평소 얼렁뚱땅하는 제 방식대로 그냥 놔두었습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호박 된장국을 먹어보니 어쩜 집사람이 끓인 것과 똑같이 맛있었습니다. “와! 나도 제법인데. 하면 다~아 되는구나! 진즉 좀 해볼 것을.”하면서 기뻐했습니다.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집사람을 위해 요리를 해야겠다고 수없이 립서비스만 했는데 오늘 요리 중에서도 기초 중에 기초라 할 수 있는 된장국 끓이기를 자력으로 성공했습니다. 앞으로는 생선국 등 다른 국끓이기에도 주저 말고 도전해 봐야겠고 2단계로 나물 무치기, 겉절이 무치기 등 반찬 만들기도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꼭 요리학원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해 보려는 의지와 실천이 중요합니다. 집에서 빈둥거리면서 차려주는 밥을 꼬박꼬박 얻어먹는 ‘삼식이 새끼’가 아닌, 주방에 자주 들어가 식탁의 주도권을 쥔 남자, 그래서 명실공히 사랑받는 남자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국끓이기 “차~암 쉽죠. 이~잉!”

 

(2022.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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