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12월의 첫날에(2018.12월)

송담(松潭) 2021. 12. 1. 05:22

 

 

12월의 첫날에(2018.12)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첫눈오는날 만나자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그렇게들 기뻐하는 것일까.

 왜 첫눈이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일까.

 

 아마 그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이 오기를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과 같은 세상이

 두 사람 사이에 늘 도래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한때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다

  

 첫눈이 오는 날 돌다방에서 만나자고.

 첫눈이 오면 하루 종일이라도 기다려서

 꼭 만나야 한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그리고 하루 종일 기다렸다가

 첫눈이 내린 밤거리를

 밤늦게까지 팔짱을 끼고 걸어본 적이 있다.

 

 너무 많이 걸어 배가 고프면

 눈 내린 거리에 카바이드 불을 밝히고 있는

 군밤장수한테 다가가 군밤을 사 먹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약속을 할 사람이 없다.

 그런 약속이 없어지면서 나는 늙기 시작했다

   

 약속은 없지만 지금도 첫눈이 오면

 누구를 만나고 싶어 서성거린다.

 다시 첫눈이 오는 날 만날 약속을 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첫눈이 오는 날 만나고 싶은 사람,

 단 한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다.  

 

 

12월의 첫날에

 

 

 

겨울풍경(2016.1월)

 

비교적 감성지수가 높은 나지만 이제는 겨울이 반갑지 않고 첫눈에 대한 感想(감상)도 사라졌다. 겨울이 싫은 것은 혈압약을 먹은 지가 20년이 다 돼서 이미 겨울산행 같은 것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폭설이 내리면 교통이 두절되는 산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눈 오는 날 설경을 보고 황홀경에 빠져들다가도 아들이 출근을 못하거나 퇴근하여 집에 오지 못할 것을 생각하면 겨울의 감상이 순식간에 녹아버린다. 이제는 겨울의 초입부터 겨울을 빨리 통과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니 젊음의 열기가 사라져 아쉽고 겨울을 즐기는 건강한 사람들이 부럽기만 하다.

 

 첫눈 내리는 날의 기억은 고교시절 겨울 방학 때 친구들 몇이서 합숙하고 새벽에 일어나보니 하얀 눈이 쌓여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내복바람으로 춤을 추었던 것이 기억난다. 또 하나는 1968년 겨울, 시골 촌놈이 다음 해 고교입학을 위해 광주에 갔을 때 거리에서 들었었던 노래, ‘비키 레안드로스(Vicky Leandros, 1949년생 그리스)’‘White House(Casa Bianca, 언덕위에 하얀 집)’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종소리와 함께 시작된 그녀의 음성이 가슴을 파고 들면서 겨울 풍경과 함께 아련하다.

 

 이제는 그 옛날처럼 눈 오는 날의 서정에 푹 빠지지는 못하지만 이 겨울, 겨울의 시를 읽으며 비키의 'White House'를 다시 듣고 싶은 12월의 첫날이.

(2018.12.1)

 

 

 

 

 

 

 

 

 

전원생활에서는 봄부터 초겨울까지 꽃을 볼 수 있다.

눈이 내리면 그때부터 꽃의 빛은 소멸하기 시작한다.

올해의 마지막 꽃들이다.(12.2)

 

 

 

전원에 살다보니 알 수 있는 것들(12.12)

 

 

 

 

마늘은 10월에 파종하여 이듬해 5,6월에 수확한다.

맹렬한 추위를 견디는 동안 이 오른다. 그래서 마늘은 맵다.

눈 쌓인 겨울 마늘밭을 알아야만

박용래 시인의 겨울밤시 한 구절에 다가갈 수 있다.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마늘밭에 눈이 쌓이리.’(겨울밤/박용래)

 

 

 

겨울엔 모든 꽃들이 자취를 감춘다.

지난 가을 산에서 캐온 구절초(?)가 영하의 추위를 견뎌내고 있다.

머지않아 눈 무덤에 묻혀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땅속에 박힌 뿌리는

내년 봄 기꺼이 생생한 잎을 올리며 살아 나리라.

 

 

 

 

 

무는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면 속에 바람이 들어 먹지 못한다.

그러나 배추는 잘 관리하면 겨울을 견딜 수 있다.

연이어 실패했던 배추를 올해는 무척 신경을 쓴다.

간이 비닐하우스까지 만들었다.

 

어느 눈 오는 날

 한 포기를 꺼내 하얗게 속이 찬 것을

 쌈 싸먹는 그 순간은 오려나?

 

 

 

 

 

 

 

날씨가 추워지면 그 빛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꽃배추가 있는 반면,

추위를 피해 안락한 실내에 들어와도 힘들어하는 식물이 있다.

 

오늘도 추위를 이겨내며 시장에 겨울배추와 갓을 팔러간

이웃집 아주머니의 치열한 삶이 떠오른다.

오늘은 12.12 군사 쿠테타의 날이기 전에 순천시 아랫장날이다.(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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