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하나의 위로(慰勞)
토테미즘 (Totemisn)이란 특정 동식물 혹은 자연물을 신성시하는 것입니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도 토테미즘이고, 마을 입구에 서 있는 큰 나무를 신성시 하는 것도 토테미즘의 혼적입니다. 큰 수술로 마음이 약해져 그런 것일까? 제 마음속에도 조그맣게 토템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죽음의 터널 같은 곳에서 27일간의 입원생활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날, 언제나 아름다운 우리 집과 고요한 정원이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저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잠시 그 힘든 고통의 시간들을 회상했습니다.
안방으로 들어오니 탁자에 올려진 돌(수석)과 그 앞에 놓여진 거북과 학, 이 세 가지 물건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멋져 보였습니다. 평상시 무심코 보았던 것들이었는데 병원생활로 장기간 집을 비운 후 돌아와 보니 이들 모습이 저에게 던지는 의미는 달랐습니다. 건강, 장수(長壽)의 상징물로 묵묵히 저를 지켜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거북과 학의 조형물은 산골화실 차종민화백님께서 만들어주신 소품입니다.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2층 방에 올라가니 양쪽 책상위에 놓인 각각의 돌이 마치 방을 지키는 장승처럼 서 있었습니다. 검은 색에 묵직한 돌(수석)의 형상은 그 모습이 참 든든했습니다. 아 ! 이 돌들도 나를 염려하고 지키고 있었구나! 돌 하나가 이렇게 위안을 주는지 몰랐습니다. 첨단 현대의학의 수혜를 받고 돌아온 저에게 토템이즘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광주 누나 집에서 우리 집으로 옮겨온 돌들이 제자리를 잡은 것처럼 한껏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20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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