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걷기

쇤브룬궁전과 마리아 테레지아

송담(松潭) 2022. 11. 12. 16:02

쇤브룬궁전과 마리아 테레지아

사진출처 : 트립어드바이저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로코코 양식 여름 별궁인 쇤브룬은 50만 평 대지에 방이 1,400개 넘는 거대한 집이다. 호프부르크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찾는 이 궁전은 왕가의 취향과 문화적 안목을 보여준다. 16세기 후반 동물원을 만든 데 이어 식물원을 조성했으며 인근 숲에서는 왕실 남자들이 사냥을 즐겼다. 성벽 바깥에 있었던 탓에 오스만제국 군대에 짓밟혀 쑥대밭이 되기도 했지만 18세기 중반 제국을 통치했던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가 새로 꾸몄다. 일부 건물을 증축한 19세기 후반에 지금의 쇤브룬이 되었다.

쇤브룬 궁전은 안과 밖의 모든 것이 베르사유보다는 덜 사치스럽다는 점이다. 합스부르크 왕실이 부르봉 왕가보다 '가난'해서가 아니라 빈의 지배자들이 루이 14세를 비롯한 프랑스의 왕들보다 권력을 덜 행사했기에 그렇게 된 것이다. 그랬기에 빈 시민들은 혁명을 일으켜 공화국을 수립할 때 왕의 목을 자르지 않았던 것이리라.

쇤브룬을 떠나오면서 마리아 테레지아(Maria Theresia, 1717-1780)를 생각했다. 페미니즘이 문명의 큰 흐름으로 떠오른 오늘날에도 합스부르크제국의 유일한 여성 통치자였던 이 사람이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했다. 빈뿐만 아니라 부다페스트와 프라하와 드레스덴에서도 그 이름과 마주쳤던 마리아 테레지아는 합스부르크제국의 역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업적을 남긴 통치자였고, 이후 제위에 오른 모든 남자의 어머니. 할머니. 증조할머니였다. 요즘 말로 하면 중세 유럽 지배계급 전체를 통틀어 첫 번째 자리에 두어야 마땅할 정도로 유능한 권력자였다.

아들이 없었던 카를 6세가 자신이 죽고 나서 영토가 갈가리 찢어질까 걱정한 나머지 딸과 딸의 자손이 영토를 상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치를 만들어 둔 덕분에 마리아 테레지아는 1740년 권력을 취었다. 그때 제국의 재정은 파탄상태였고 유럽의 정치경제는 불안했다. 주변국의 권력자들은 스물네 살 먹은 여자가 왕위에 오르자 내놓고 즐거워하면서 틈날 때마다 합스부르크제국의 변방 영토를 빼앗으려 했다. 그들은 빈의 젊은 여제가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 마리아 테레지아는 뚜렷한 개성과 인간미를 지닌 사람이었고, 무엇보다도 유능한 통치자였다. 정략결혼을 마다하고 자신이 선택한 남자와 결혼해 딸 열하나와 아들 다섯을 낳았으며 만만치 않은 외교적 수완으로 남편이 신성로마제국 황제 자리를 이어받게 만들었다. 공식 지위는 ‘신성로마제국 황후’였지만 실제로는 40년 동안 합스부르크제국을 통치한 황제였다.

마리아 테레지아는 아이들을 사랑했고 교육에 정성을 기울였다. 자녀 열 명이 유아 사망의 위험을 이겨내고 장성했는데 대부분 이웃나라 왕가와 혼인하게 했지만 각별히 아꼈던 큰딸이 연애 결혼을 하겠다고 하자 기꺼이 허락했다. 속을 썩인 자녀가 없을 수는 없는 일, 어릴 때부터 유난히 어리석고 고집이 셌던 막내딸 마리아가 대표적이다. 루이 16세의 왕비가 된 마리아는 사치와 방종을 경계하라는 어머니의 거듭된 경고를 끝내 무시했다가 단두대에서 최후를 맞았다. 왕위를 계승한 맏아들 요제프는 더 심각했다. 계몽주의 철학에 심취했던 그는 분별없는 외교정책과 해외사업을 벌여 국정을 혼란에 빠뜨렸다. 아들과 다투다가 결국 물러난 마리아 테레지아는 쇤브룬 궁전에서 세상을 떠났다. 합스부르크제국이 그 뒤로도 140년이나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마리아 테레지아 덕분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유시민 / ‘유럽도시기행2’ 중에서


마리아 테레지아( Maria Theresia 마리아 테레지아, 1717 ~1780)는 합스브르크 군주국의 유일한 여성 통치자이자,  합스브르크 왕가의 마지막 군주였다. 그녀는오스트리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보헤미아, 만토바, 밀라노 등의 통치자였다. 결혼을 하면서 로레누공작 부인이 되었으며, 후에 토스카나 대공비, 신성로마 황후의 지위를 얻었다.


그녀는 16명의 자녀를 낳았다. 그녀의 자녀들 중에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된 요제프 2세와 레오폴트 2세를 비롯하여서, 프랑스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나폴리의 왕비 마리아 카롤리나, 파르마의 공비 마리아 아말리아 등이 있다. < 위키백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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