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숫따니빠따

송담(松潭) 2022. 11. 4. 12:03

나답게 홀로 우뚝 사는 방법

《숫따니빠따》

 

 

 

석가모니는 입적한 후 제자들이 모여 그가 설법한 내용을 암송하기 쉽게 글로 적었습니다. 그중 훌륭한 글을 모은 것이 《숫따니빠따》로, 불교 초기에 만들어진 경전입니다. 팔리어로 숫따(sutta)는 경經을 뜻하고, 니빠따(nipāta)는 모음集을 뜻합니다. 불교가 종교의 모습을 갖추기 전 석가모니의 생생한 메시지를 그대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불교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경전으로 이해됩니다. 이후에 나온 경전처럼 어렵지 않고 깨달음의 핵심을 잘 전해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작고한 법정스님이 번역본을 출간하고 강의하면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 공지영 작가의 소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가 크게 히트하였고 영화로도 개봉되었습니다. 어려운 불교 경전과 달리 두세 줄 짧은 문장으로 읽기가 편하고,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고 넉넉해집니다. 사실 우리 삶의 진리는 단순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인슈타인은 ‘해답이 단순할 때는 하느님이 대답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숫따니빠따》의 메시지도 단순명쾌합니다. 고통이 어디에서 오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선명하게 알려줍니다.

 

 

교제하는 사람에게는 애정이 생긴다. 애정을 따라서 괴로움이 생긴다. 애정에서 일어난 위험을 보고서, 코뿔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따니빠따중에서

 

관계, 애정, 기대 그리고 실망감

 

사람을 만나 인연을 맺다 보면 서로 상처 주는 일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럴 때 마음이 괴롭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숫따니빠따》는 혼자서 가야함을 깨칠 것을 제안합니다. 사람과 사귀는 일에는 애정이 함께할 수밖에 없고, 애정은 괴로움을 낳습니다. 그러니 훌훌 털어버리고 사람 집착에서 벗어나 코뿔소의 뿔처럼 혼자 당당히 자기 길을 가라고 합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면 애정이 생깁니다. 친한 친구, 연인, 가족이 그렇습니다. 애정은 기대를 낳고, 기대는 실망과 괴로움으로 이어집니다. 가까울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관계의 본질을 안다면 관계가 주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집착에서 비롯되는 문제

 

《숫따니빠따》의 말을 정리하면 '좋은사람을 만나면 친하게 지내되 기대하지는 말자'입니다. 사람을 사귈 때는 마음을 담아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것이 사랑이고 우정입니다. 그렇다고 집착하지는 말아야 합니다. 집착은 내가 이 정도 해줬으니 너도 그만큼 해줘야 한다는 기대에 기인합니다. 가까울수록 기대는 높아지고, 사랑이 깊을수록 애착은 강해집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할수록 좋은 대학,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를 기대하게 됩니다.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 즉 부모의 사랑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사랑이 현명한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사랑이 지나치면 집착이 되고, 집착은 괴로움을 불러옵니다.

 

무소의 뿔처럼

 

다음은 《숫따니빠따》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말입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코뿔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따니빠따중에서-

 

의연한 사자는 세상의 크고 작은 소리에 놀라지 않습니다. 형체가 없는 바람은 그물로 붙잡을 수 없습니다. 홀로 아름다운 연꽃은 흙탕물에 더럽혀지지 않습니다. 인간의 욕망으로 세상이 요란하고, 자기를 비방하는 소리가 들려도 그것에 연연하지 않으면 평온할 수 있습니다. 코뿔소의 뿔처럼 올바른 생각으로 자기의 길을 가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혼자 서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라는 말이 아닙니다. 남에게 의존하려는 마음, 바라는 마음을 버리고 혼자 우뚝 서야 한다는 뜻입니다. 혼자 우뚝 선 사람은 다른 사람의 사랑이나 관심을 구걸하지 않습니다. 혼자서 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과 존중을 받습니다. 사람은 구걸하지 않는 사람을 존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존중받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존중받게 되는 것입니다. 누구나 행복한 삶을 바랍니다. 하지만 행복은 바란다고 찾아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행복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지금 여기에 집중할 때 찾아옵니다. 인생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현재에 집중하며 남에게 바라지 않고 자기 힘으로 나아가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수천 년 동안 전해온 불교의 단순하고 명쾌한 메시지입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안상헌 작가, 〈미치게 친절한 철학> & <생산적 책읽기>의 저자

 

공무원연금 2022.11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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