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97

사르트르의 자유와 선택

사르트르의 자유와 선택 실존과 본질이란 무엇인가? 실존이란, 지금 여기 존재하고 있음이다. 지금 존재하고 있는 우리와 모든 우주만물은 실존자다. 본질이란, 무엇 무엇다움이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것이고, 장미가 장미로서 장미다움이다. 나비가 나비로서 나비다움이다. 하지만 철수는 철수로서, 영희는 영희로서 모든 실존자의 자기다움은 100퍼센트 같을 수 없다. 장미라고 다 같은 장미가 아니다. 각자의 본질, 곧 자기다움에 있어서 제각각이다. 그렇다면 나로서 나다움은 누가 만드는가? 하나님, 부처님, 아니다. 나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주체는 오로지 나 자신이다. 나는 나다움이라는 본질을 스스로 만들어 가기에 자유다.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다. 어떤 내가 될 것인지 오로지 나의 자유선택이다...

철학 2014.12.14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헤르만 헤세의 : ‘성장’에 관하여 빛의 세계와 어둠의 세계 “나는 나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살려고 애썼다. 그런데 그것이 왜 그렇게도 어려운 일이었던가.”라는 말로 시작하는 은 싱클레어라는 소년의 대략 열 살에서 스무 살에 이르는 내적 성장에 관한 이야기이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의 순진무구한 아들인 싱클레어는 세상을 ‘빛의 세계’와 ‘어둠의 세계’로 나누어 인식한다. 빛의 세계는 집 안이자 곧 질서의 세계로써 의무와 책임, 양심의 가책과 고해, 관용과 선의, 사랑과 존경, 성경의 말씀과 지혜가 가득한 세계이고, 여기에서도 잘못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실수로서 회개와 용서를 통해 다시 밝음으로 돌아오는 것이 허용된 즉 ‘낙원 추방 이전의 세계’이다. 반면에 어둠의 세계는 집 밖이자 하녀..

철학 2014.11.14

별이 빛나는 하늘, 내 마음속의 도덕법칙

별이 빛나는 하늘, 내 마음속의 도덕법칙 과학은 세상의 모든 것을 인과 법칙에 따라 설명한다. 따라서 돌이 날아가 사람을 다치게 했다고 돌에게 책임을 묻지 못한다. 돌은 인과 법칙에 따라 그렇게 움직였을 뿐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자유와 윤리적 책임은 어떻게 되는가? 칸트에 따르면 인간은 인과 법칙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존재이다.(칸트는 자연현상이나 과학에 대해서는 인과 법칙을 적용했다.) 그래서 인간은 도덕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왜 인간이 자유로운지, 왜 도덕적인 행동을 해야 하는지 과학적으로 밝힐 수 없다. 자유와 도덕은 신과 종교가 있는 세계, 즉 과학이 밝힐 수 없는 세계에 있는 까닭이다. 신에 대해 과학적 질문을 던질 수 없듯, 도덕에 대해서도 이유를 묻지 말아야 한다. 이익과 이유를 따지지..

철학 2014.11.14

기억과 상상

기억과 상상 기억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의식작용이다. 자신이 만난 사람이나 장소,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면 정체성의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기억이 없다면 과거는 없다. 과거가 없다면 현재 또한 없다. 현재가 없는 사람에게 자아가 있을 리 없다. 기억에는 상상이 끼어든다. 상상은 기억의 틈을 메워주는 모르타르와 같다. 벽돌이 쌓아올려진 거대한 기억의 벽체는 상상의 모르타르에 의해 더욱 견고해진다. 맞든 틀리든 단단하게 자리잡은 기억은 상상과 분리되지 않는다. 그러나 실험에 의하면 동일한 사건에 대한 기억은 사람마다 다르다. 같은 사람도 상황에 따라 기억은 왜곡된다. 상상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상상은 제멋대로이다. 그래서 기억 또한 제멋대로일 수 있다. 단지 제멋대로인..

철학 2014.10.05

나도 모르는 나

나도 모르는 나 정신분석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창시한 프로이트(S.Freud 1856~1939)는 주체의 분열을 아주 쉽게 증명한다. 그 수단은 바로 꿈이다. 꿈은 누구나 꾸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의 원하는 내용을 꿈으로 꿀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내 꿈의 내용을 정하는 것 , 즉 내 꿈의 ‘주체’는 누굴까? 물론 나다. 꿈을 꾸는 주체도 나고 꿈을 만드는 주체도 나다. 다만 꿈을 꾸는 주체는 잠들어 있는 현실 속의 나이며, 꿈을 만드는 주체는 꿈속에 등장하는 나다. 나라는 주체가 적어도 둘이 생겼으니 주체의 동일성은 어김없이 깨진다. 게다가 두 주체는 분명히 나의 일부분인데도 서로 직접적인 소통을 하지 못한다. 꿈꾸는 나는 꿈속의 나를 마음대로 조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데카르트..

철학 2014.07.14

너 자신을 알라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가 했던 가장 유명한 말을 떠올려 보라고 하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 자신을 알라”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이 왜 그토록 유명할까? 언뜻 생각해 보면 평범해 보이는 이 철학적 명제가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과 이후의 철학을 구분 짓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명제가 그냥 무지를 질타하는 일반적인 의미에 불과하다면 좀 우스워진다. 그러면 “공부해서 남 주냐. 공부 좀 해”라고 항상 말씀하시는 부모님들도 소크라테스와 동기동창쯤 되어 버린다. “너 자신을 알라”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그중 하나로 철학의 대상을 자연에서 인간으로 바꾼,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너 자신’은 곧 인간을 의미한다. 이전의 서양철학은 대부분 자연철학..

철학 2014.03.15

니체, 히틀러를 위한 철학자?

니체, 히틀러를 위한 철학자? 허무주의 그리고 신의 죽음 우리는 지금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한 세기 전만해도 왕의 식탁에나 오를 법한 각종 농수산물들을 우리는 일상의 음식으로 먹고 있다. 한겨울에 따뜻한 물로 매일 목욕할 수 있다는 사실도 전혀 신기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지금 역사상 가장 행복한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나아가 앞으로 문명이 더 발전하게 되면 사람들은 더욱 행복해질 것이라 장담할 수 있을까? 잘사는 나라일수록 자살률이 높다. 선진 문명의 혜택을 많이 받을수록 꿈이 없는 삶을 사는 경우도 많다. 우리 사회만 해도 그렇다. 끼니 걱정하며 살았던 1960, 1970년대의 대학생들은 그래도 ‘정의 사회 건설’이란 큰 포부와 이상을 품고 있었다..

철학 2014.02.14

존재와 시간

존재와 시간 은 독일이 낳은 철학계의 카리스마 마르틴 하이데거(1889~1976)의 명작이다. 은 이천 수백 년에 걸친 철학의 역사를 크게 바꿨다고 평가 받는다. 하이데거 이전의 철학자들은 언제나 “사물이란 무엇인가? 세계란 무엇인가?”등을 생각해 왔다. 그리고 대부분의 철학자는 그에 대한 답으로 “사물이란 00 이다” “인간이란 00 이다”라고 말해 왔다. 그러나 하이데거는 “그것은 00 이다”에서 '이다'가 아닌 '00가 있다'라고 하고 그것은 어떤 것일까를 의문했다. '이다'가 아닌 '있다'에 대한 의문이었다. 말하자면 “도대체 인간이나 사물이 존재하는 것이란 어떤 것인가?”라고 하는 것이다. 이처럼 “존재란 무엇일까?”라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뿐이고 그런 인간을 하이데거는“현존재”라고 이름 붙였다...

철학 2014.02.14

텅 빈 무대의 대본 없는 배우, 인간

텅 빈 무대의 대본 없는 배우, 인간 하이데거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인 에 의하면 인간은 그 어떤 특별한 의미(本質)없이 그저 세계로 ‘내던져진 자’입니다. 이 ‘내던져짐’에는 거룩한 신의 섭리도, 정해진 운명도 없지요. 인간의 모든 것은 오직 자신에게 맡겨져 있는 겁니다. 하이데거가 그저 인간이라고 부르지 않고 ‘현존재(Dasein)'라고 부르는 뜻이 여기에 있지요. 우리말로 ‘현존재’라고 번역되는 독일어 'Dasein'은 ‘거기(da)에 있는 존재(Sein)'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가 어디일까요? 하이데거가 말하는 ’거기‘란 인간이 아무 의미 없이 그저 내던져진 자리. 그래서 자신의 모든 것이 오직 자기의 선택과 결단에만 맡겨진 자리, 이 선택과 결단에 의해서 비로소 존재의 의미가 밝혀..

철학 2014.02.14

인식론/존재론

인식론/존재론 철학하면 일단 복잡하고 난해하다는 생각이 앞서지만 간단하게 이해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수천 년에 이르는 서양철학의 역사에서는 수많은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철학사상은 저마다 독특하고 심오한 듯 보인다. 그러나 모든 사상은 그 시대의 사상일 뿐이므로 시대를 알면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철학 사상에는 현실적 맥락과 지적 맥락이 있다. 현실적 맥락은 그 사상이 생겨난 시대의 현실을 가리키며, 지적 맥락은 그 사상에 영향을 준 사상적 흐름을 가리킨다. 사상과 이론은 그 시대의 현실과 상당성(correspondence)의 관계를 가지고, 그 시대의 지적 흐름과 일관성(coherence)의 관계를 가진다. 즉 모든 사상은 그 시대의 현실을 반영하며 전 시대의 사상을..

철학 2014.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