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지표, 구별의 지표 이제 한국 사회에서 와인은 모임의 성격을 결정짓고, 참석자의 수준을 결정짓는 중요한 지표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결혼식과 각종 행사에서 맥주나 소주가 아니라 와인으로 건배한다. 어떤 와인이 놓여 있는가가 모임의 수준을 결정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제 와인은 세련된 소비문화로 완전히 정착했을 뿐 아니라 문화적 권력이 되었다. 술 자체가 아니라 이 술의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허상을 사랑하게 된 과정은 질문과 답이 필요한 복잡한 문제다. 섬세하게 맛을 판별하고 좋은 술을 찾아내는 심미안과는 관계없는, 오로지 고급의 취향을 표현하기 위한 수사들을 사랑하고 그 수사들로 남들과 달라지고 싶어하는 이 욕망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질료 위에 수사(修辭)가 얹힌다. 즉물적인 구체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