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97

꿈으로 남은 묵자 철학

꿈으로 남은 묵자 철학 묵자 철학은 중국 고대 철학 가운데 피지배 계층의 편에 가장 가까이 선 철학이었습니다. 그는 당시 억압과 수탈을 일삼은 지배 계층을 향해 똑같이 사랑하라고 외침으로써 정치적 평등을 확보하려 했고, 서로 나눠 갖자고 주장함으로써 경제적 수탈에 대항했습니다. 백성들에게 아무런 이익도 주지 못하는 지배층의 음악, 노래, 춤을 반대했고, 화려한 장례를 반대했습니다. 현실적인 지배를 운명이라고 합리화하는 지배논리에 맞섰고, 강자의 영토 확장 욕구를 채우기 위한 침략전을 막기 위해 직접 무기를 만들고 싸우기까지 했습니다. 묵자의 사상은 지배층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아직 통일의 기운이 한곳으로 모이지 않았을 때는 많은 약소국이 묵자의 뛰어난 방어전..

철학 2008.07.11

들뢰즈와 가타리

들뢰즈와 가타리 「안티 오이디푸스」의 공동 저자 들뢰즈와 가타리! 그런데 때로는 들뢰즈=가타리라고 쓰여 있어 동일 인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은 콤비다. 들뢰즈(1925~1995,프랑스)는 대학에서 철학사를 전공한 철학자이고, 가타리(1930~1992,프랑스)는 의과대학을 나와 실험적인 정신분석을 하던 정신의학자였다. 「안티 오이디푸스」는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가 공동으로 집필한 대표적인 철학서 가운데 하나이다. 이 책은 1972년에 출판되자마자 프랑스의 젊은이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더니 철학서로는 이례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욕망은 생산한다 「안티 오이디푸스」에 등장하는 중요한 명제는 “자본주의 사회란 무엇인가?”이다. 쉽게 말해 자본주의 사회란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먹고 ..

철학 2008.04.26

칸트의 도덕 법칙

칸트의 도덕 법칙 칸트가 말한 도덕의 법칙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알아 두어야 할 말이 있다. 그것은 인과율이다. 인과율이란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면 깨진다거나, 바나나 껍질을 밟으면 미끄러진다와 같이 “A라면 B일 것이다.”라는 법칙을 뜻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인과율은 항상 우리 생활의 근본이 된다. 예를 들면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온 후에 당신의 행동을 보더라도 그렇다. 신발을 벗으면 집에 들어가는 것이고 잠옷으로 갈아입으면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즉, 모든 행동이 인과율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배가 고파져서 고기를 먹는다.”라는 인과율을 따르고 있는 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인과율에 따르는 행동은 동물과 같은..

철학 2008.04.04

정신이 대상을 구성한다

정신이 대상을 구성한다 전통적으로 인식 또는 지식은 인식 주체, 즉 정신의 바깥에서 온다는 게 기본적인 믿음이었다. 앎의 근원은 외부에 있고 모든 앎이 정신 활동의 바깥에서 온다는 것은 불변이었다. 실체는 언제나 그 자체로 존재하고 정신은 외부의 그것을 인식하는 그것을 대상으로 삼았을 뿐이다. 실체의 존재론적 우월성은 영원하다! 그런데 칸트는 그런 구도를 완전히 뒤집어 정신이 대상을 구성한다고 본 것이다. 내가 정신활동을 통해 대상을 지각한다고 해서 대상 자체가 변하는 건 아닌데, 어떻게 정신이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까? 물론 염력을 지닌 초능력자가 아니라면 인식만으로 대상을 변형시키거나 옮길 수는 없다. 칸트의 말은 대상을 정신이 마음대로 바꾼다는 게 아니라 우리의 정신 안에는 대상을 인식할 수 있..

철학 2008.01.29

공간도 시간도 제각각 - 인지생물학

공간도 시간도 제각각 - 인지생물학 20세기 초에 활동했던 독일의 생물학자 야콥 폰 윅스퀼(1864~1944)은 오랫동안 동물의 행동에 대해 연구하던 끝에, 모든 동물은 스스로 하나의 임의의 가상세계를 구성하여 산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의 저서 에 실린 실험들 가운데 예를 들면 이렇다. 까마귀는 눈앞에 메뚜기가 앉아 있어도 잡아먹지 않는다. 그러다가 메뚜기가 뛰려고 움직일 때 비로소 쪼아 먹는다. 이것은 까마귀가 어른거리는 풀 이파리 같은 장애물 때문에 메뚜기를 알아보지 못해서 그럴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윅스퀼은 많은 실험 끝에 움직이지 않는 메뚜기는 까마귀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다만 움직이는 메뚜기만이 메뚜기로 인지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곤충들이 천적들 앞에서 죽은 체하..

철학 2007.12.06

이분법에 술래 잡힌다면?

이분법에 술래 잡힌다면?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 ‘햄릿’에 나오는 이 명대사는 초등학생들도 인용할 정도다. 여기서 원문(To be, or not to be)을, 원래 의미에 충실하고자 “존재하느냐, 마느냐”라고 번역하거나, “있음이냐, 없음이냐”라고 옮기기도 한다. 이 독백에서 유심히 보아야할 점은 그것이 이분법의 구조를 명확하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분법은 세계를 인식하는 한 방식이다. 인간이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인식의 편리함 때문이다. 이분법적 접근은 이러한 인간의 욕구를 손쉽게 충족시켜주며, 인식의 효율성과 편리성을 제공한다. 물론 그에 따른 사고의 단순화와 편리함이라는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지만 말이다. 이분법적인 사고가 어느 정도 자연의 법칙에 근거하..

철학 2007.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