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을 생각하다 변영주 감독의 영화 (2012)를 봤다. 미야베 미유키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는 행복을 갈구하는 평범한 인물이 범죄와 살인에 빠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악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기에 영화는 더욱 공포스러웠는데, 나는 그 이유를 따져보다 한나 아렌트가 나치 전범인 아이히만의 재판을 참관한 후 언급한 '악의 평범성'이란 개념을 떠올렸다. "악한 일은 대부분 (사악함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하는 일의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못한 데에서 나온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커다란 악을 저지를 수 있다."(한나 아렌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김선욱 옮김, 한길사, 2006) 아렌트에 따르면 악은 ‘깊이 생각하지 못함’ 이라는 평범한 오류에서 발생한다. 나, 당신, 누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