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린에서 고도를 기다리며 아일랜드의 초원을 바라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무성한 푸르름이 그랬고 텅 빈 쓸쓸함이 그랬다. 그 들판은 천하에 얽매이지 않고 거침도 없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는 비바람을 견디며 풀들은 이리 눕고 저리 누웠다. 초원은 마치 바닷 물결 같았다. 나를 태운 자동차는 푸른 지평선을 가로지르듯 나아갔다. 한 자라도 대지의 맨살이 드러난 곳은 없었다. 경이로운 녹색의 향연이다. 풍경이 흘러와 마음에 스며든 한나절, 낯선 자연은 그렇게 내 몸속에 가두어졌다. 길은 본래 주인이 없는 것. 내가 그 길의 주인이 되고자 했다. 지나온 모든 위치가 무효인 듯 황홀했다. 사뮈엘 베케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