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내가 나비인가, 아니면 나비가 나인가

송담(松潭) 2020. 11. 30. 07:27

내가 나비인가, 아니면 나비가 나인가

 

 

 

옛날 중국에 장자라 불리는 한 남자가 살고 있었어요. 그는 초나라 위왕의 궁전에서 세금을 걷는 일을 맡고 있었죠. 하루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문 앞 복도에 있는 의자에 잠시 앉았어요. 장자는 곧 잠이 들었고 꿈을 꾸었어요. 장자는 꿈속에서 나비가 되었어요.

 

나비는 길을 따라 내리찍는 따뜻한 햇볕 속에서 우아하게 날개를 펼럭이며 행복해했어요. 그러다 보라색 연꽃잎에 살포시 내려앉았어요. 원반 모양의 밝은 노란색 암술에 머리를 파묻고 연꽃 깊숙이 저장된 꿀을 빨아 마셨어요. 충분히 배를 채운 나비는 휠휠 날아갔어요.

 

잠에서 깬 장자는 혼란스러웠어요. 꿈에서 깨고 나니 자신은 나비가 아닌 장자였어요. 장자가 나비 꿈을 꾼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장자 꿈을 꾼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어요.

 

(이 이야기는 한스 게오르크 뮐러Hans Georg Moeller의 논문 「장자와 나비의 꿈'에 대

한 도교적 분석」의 내용을 각색한 것이에요.)

 

 

꿈과 현실의 오묘한 경계

 

 

아주 짧은 이야기 속에서 장자는 꿈에 빠졌어요. 꿈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나타나죠. 나비는 단지 나비일 뿐일까요? 아니면 장자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일까요? 혹은 장자는 그저 장자일까요? 이제 나비가 장자가 되어 꿈을 꾸는 것일까요?

 

이 이야기를 번역하고 분석한 철학자 구오 시앙 Guo Xiang은 장자가 꿈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꿈에서 장자가 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어요. 구오 시앙은 장자와 나비 둘 다 현실이라고 결론을 내렸어요. 장자와 나비는 둘 다 현실이고, 별개의 존재라는 거예요. 게다가 장자와 나비는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서로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해요.

 

「장자와 나비의 꿈」을 통해 구오 시앙은 현실과 꿈을 연결하고 생과 사의 관계를 이야기했어요. 꿈이 현실만큼이나 사실적인 것처럼 죽음도 삶만큼이나 사실적이에요. 결국 삶과 죽음 모두 사실이고 현실이며, 구오 시앙이 생각하는 이 이야기의 숨겨진 의미는 '살아 있는 동안에는 죽음에 대해 걱정하지 말자'는 것이랍니다.

 

구오 시앙은 장자가 나비 꿈을 꾸기 시작하는 순간, 그 시점에서 장자는 죽은 것과 같다고 말했어요. 살아 있는 사람은 '생''에 속하고 죽은 사람은 '사'에 속하지요. 그리고 살아 있는 동안에 죽음을 걱정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에요. 사실 구오 시앙은 어리석은 사람만이 살아있는 것은 기쁜 일이고, 죽음은 슬픈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어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만물의 순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을 거예요. 탄생이 있어야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어야 탄생이 있는 거예요.

 

여러분은 꿈이 현실처럼 너무 생생해서 잠에서 깬 후 깜짝 놀란 적이 있나요?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온몸에 식은땀이 나게 하는 악몽을 꾼 적은 없나요? 때때로 꿈을 꿀 때 몸은 신체적 반응을 나타내기도 해요. 그래서 머릿속에서는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착각하기도 하지요. 물론 무섭거나 놀라운 것을 실제로 봤을 때도 신체적 반응이 나타나요.

 

그렇다면 꿈에 대한 신체적 반응과 실제 상황에 대한 신체적 반응은 어떻게 다를까요? 여러분은 자신이 수면 상태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한밤중에 돌아다니는 몽유병 환자를 본 적이 있나요? 몽유병 환자는 여러분과 마주쳤던 것을 기억하지 못해요. 즉 한밤중에 마주친 것을 여러분만 기억하는 상황이라면, 여러분은 몽유병 환자와 마주친 것이 사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나요? 혹 몽유병 환자가 나오는 꿈을 꾼 것은 아닐까요?

 

브랜던 오도녀휴 지음, 허성심 옮김 / ‘철학의 숲’중에서

 

호접몽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녔다. 즐거웠지만 자기가 장주임을 알지 못하였다. 갑자기 꿈을 깨니 자신이 장주임을 알았다.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던 것인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되었던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장주와 나비에는 반드시 분별이 있을 것이니, 이것을 물화物化라고 한다.

 

_『장자』 「제물론」

 

나비 꿈, 호접몽 이야기입니다. 장자는 나비 꿈을 꾼 후,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내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헷갈립니다. 이 이야기는 여러 가지 의미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사는 모습이 마치 꿈과 같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하루는 힘겹습니다. 하지만 묵묵히 견디다 보면 힘든 하루도 지나갑니다. 그렇게 순식간에 세월이 흘러 예순이 되고 일흔을 넘어 북망산을 바라봅니다. 돌아보면 참으로 짧은 순간들입니다. 그래서 인생을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고 했겠지요. 인생이 꿈과 같은 것이니 너무 집착하지 말고 즐겁게 지내보자는 의미로 이해됩니다.

 

두 번째는 '물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장자는 자신이 나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나비'와 '나'는 개념으로 구분되지만 사실 같은 존재입니다. 사람이 죽어 땅에 묻히면 미생물이 흡수합니다. 그 힘으로 꽃이 자라고 나비가 찾아옵니다. 사람이 나비가 되었습니다. 불교의 연기론을 떠올리게 합니다. 여기서 물화는 사물이 서로 변화되는 모습을 말합니다. 우리는 연결되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첫 번째 의미든 두 번째 의미든 장자가 하고싶었던 말은 같습니다. 분별을 없애고 큰 세계로 나아가라는 것입니다. 장자와 나비, 너와나, 백인과 흑인, 생물과 무생물, 안과 밖, 있음과 없음이라는 상대적 구분에서 벗어나면 큰 세계로 갈 수 있습니다. 그곳은 모든 분별이 사라진 완전히 자유로운 곳입니다.

 

시기와 질투는 우리 삶을 좀먹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나와 너, 내 것과 네 것을 구분하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에게 좋은 일이 생겼을 때 한껏 기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나와 너의 구분이 희미합니다. 부모는 자신의 것을 주는 사람입니다. 스승도 자기 것을 나누는 사람입니다. 부모는 자식을 스승은 제자를 시기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모든 사물에 그럴 수 있다면 장자가 말하는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안상현 / 작가

공무원연금 2023년 10월호에서

 

< 2 >

 

신을 저버리고 인간을 도운 무시무시한 대가

 

먼 옛날 고대 그리스인은 위로는 눈부신 천상의 세계와 아래로는 어두운 지하 세계에 문을 활짝 열어두고 살았어요.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들은 좋은 꿈이든 나쁜 꿈이든 그 내용을 공유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고대 그리스인은 외부 세계와 내면세계 할 것 없이 매우 개방적이었기 때문에 신이나 거인족과도 대화할 수 있었어요. 그런 신성한 존재와 소통하던 시기에 일어난 일을 이야기로 남겼지요.

 

그중 하나로 위대한 신 제우스가 불을 훔친 거인족 프로메테우스에게 어떻게 보복했는지 보여주는 신화가 있어요. 인간을 사랑한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선물로 주고 싶었어요. 그러나 제우스는 인간이 불을 사용할 줄 알면 신보다 더 강력해질까봐 두려웠어요. 그는 인간에게 불을 주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말을 거역하고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줬어요.

 

제우스는 괘씸한 프로메테우스에게 보복하기 위해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흙으로 아름다운 여인을 만들라고 주문했어요. 여인의 이름은 '판도라'라고 지었지요. 판도라는 빼어난 손재주와 설득력있는 말솜씨 등의 재능이 많았어요.

 

제우스는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판도라를 프로메테우스의 동생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냈어요. 프로메테우스는 에피메테우스에게 신이 보낸 선물을 절대 받지 말라고 늘 당부했었어요. 그러나 판도라를 쳐음 본 순간 에피메테우스는 형의 경고를 완전히 잊어버리고 말았어요. 판도라에게 푹 빠진 에피메테우스는 곧장 그녀와 결혼했어요.

 

사실 판도라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었어요. 에피메데우스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제우스에게 선물로 받은 비밀 상자를 하나 가지고 있었거든요. 판도라도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몰랐어요. 하지만 위험한 것일 수도 있다고 짐작하고 있었죠.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매일매일 궁금해하던 판도라는 끝내 호기심을 이기지 못했어요. 상자를 열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상자를 열어보기로 결정했어요.

 

그녀가 상자를 열자마자 엄청난 고통과 질병이 쏟아져 나와 인간 세상을 완전히 휩쓸어버렸어요. 제우스의 전략은 완벽히 들어맞았지요. 온갖 끔찍한 것들이 나왔지만 상자 안에 한 가지 남아 있는 것이 있었어요. 언젠가 바깥세상으로 나갈 날울 기다리는 '희망' 말이에요.

 

(이 이야기는 헤더 에이머리Meather Amery가 쓴 <어린이를 위한 그리스 신화>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에요.)

 

 

< 3 >

 

철학자는 보편적으로 선하고 악한지 알려주는 도덕법을 찾으려고 해요. 도덕법을 따를 줄 아는 능력은 인간의 이성이 지닌 아주 기본적인 특징이에요. 칸트는 '정언명령 '이라는 것을 동해 우리가 도덕법을 얻게 된다고 주장했어요. 정언명령이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따라야하는 도덕적 명령을 뜻해요. 예를 들면 '살인을 해서는 안 된다. 남의 것을 훔치면 안 된다'와같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도덕적 규범을 의미해요.

 

< 4 >

 

니체는 인간을 병든 동물이라고 정의하고 병을 극복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렇게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기독교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지상에서의 삶을 죽음 이후의 삶보다 소중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에요. 니체는 병든 인간에게 필요한 약으로서 '초인' 사상을 도입했어요. 초인 사상은 다음 세상이 아닌, 바로 '지금 여기'에 의미가 있다고 믿으며 현재의 삶을 궁정해요.

 

브랜던 오도녀휴 지음, 허성심 옮김 / ‘철학의 숲’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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