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생각에 대한 생각

송담(松潭) 2018. 10. 5. 07:02

 

생각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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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현자가 강가에서 명상하고 있었다. 강 건너편에서 그 모습을 본 다른 수행자는 오랜 수행 끝에 얻은 자신의 초능력을 현자에게 과시하고 싶어졌다. 그는 강물 위를 가로질러 조용히 명상중인 현자에게 다가갔다.

 “지금 제가 뭘 했는지 보셨나요?"

 “그럼요. 강물 위로 걸어오시더군요. 어디에서 그걸 배우셨지요?"

 “히말라야 산자락에서 12년 동안 요가와 고행을 했답니다. 한쪽 다리로 선 채 일주일에 엿새 를 굶으면서 노력한 결과죠.”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정말인가요?"

 명상하던 현자가 강 위를 가로질러 온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저런, 그걸 배우려고 그렇게 고생을 하셨나요? 2루피(60)만 주면 언제나 뱃사공이 나룻배로 강을 건네주는데요?"

 

 

 철학이란 무엇일까?

 

 누가 얼마나 철학에 대해 관심이 많고 얼마나 공부를 하는지 나는 잘 모른다. 하지만 철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조금안다. 여러 유명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읽는 것이다. 호기심이 생기는 철학자의 사상에 바로 접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철학의 역사를 설명한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철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 다른 얘기를 하려고 한다. 철학을 제대로 공부하면 어려운 생각들을 따라가야 하고 어려운 말을 이해해야 한다. 어렵고 고상한 생각들을 배우면서 스스로 만족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철학책을 덮고 현실로 돌아오면 무엇이 남을까? 12년 동안 고행해서 겨우 2루피의 삯으로 건널 수 있는 강을 건너온 건 아닐까?

 

 앞에서 한 이야기에는 또 다는 측면이 있다. 2루피의 돈을 주고 나룻배로 강을 건널 수 있는 사람과 초능력으로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사람 사이에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물위를 걸을 수 있다면 물에 빠진 사람을 서둘러 구해줄 수도 있고,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 자신의 목숨을 건질 수도 있다. 문제는 물위를 걸을 수 있는 능력이 왜 필요한지, 그 능력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할지 모를 때다. 그렇다면 현자의 말처럼 2루피의 삯으로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편이 나을 것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게 바로 이거다. 대체로 사람들은 철학자들의 사상과 철학 개념들을 공부하면서 이걸 어디에 쓸 수 있는지, 그 깊은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유명한 철학자가 한 말이니까 암기한다. 그걸 제대로 이해하려면 상당히 어려운 공부를 많이 한 후에야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도중에 무의미한 공부를 집어치우게 된다. 나는 그런 수고를 줄이고 싶다. , 철학을 공부해서 얻는 것이 무엇인지, 전체의 깊은 의미는 무엇인지를 설명하려 한다.

 

 나중에라도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한다면 다 헛수고다. 철학 공부를 통해 아무리 좋은 개념과 깊은 사상을 배우더라도 그건 훌륭한 철학자의 생각일 뿐 당신 자신의 생각이 아니다. 여전히 남의 생각일 뿐이다. 철학공부의 진정한 가치는 자신의 생각을 발전시키는 데 있다. 그래서 나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나열하고 설명하는 주입식 서술을 지양하려 한다. 대신 자신이 주인이 되는 주체적인 생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것이다. 철학은 결국 생각에 대한 반성적인 고찰이고, 그걸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철학이라는 학문적 영역에서 다루는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는 건 그 다음 순서가 아닐까.

 

 이창후 / 성균관대

 ‘퇴근길 인문학 수업(백상경제연구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