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별이 빛나는 하늘, 내 마음속의 도덕법칙

송담(松潭) 2014. 11. 14. 17:54

 

별이 빛나는 하늘, 내 마음속의 도덕법칙



 과학은 세상의 모든 것을 인과 법칙에 따라 설명한다. 따라서 돌이 날아가 사람을 다치게 했다고 돌에게 책임을 묻지 못한다. 돌은 인과 법칙에 따라 그렇게 움직였을 뿐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자유와 윤리적 책임은 어떻게 되는가?


 칸트에 따르면 인간은 인과 법칙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존재이다.(칸트는 자연현상이나 과학에 대해서는 인과 법칙을 적용했다.) 그래서 인간은 도덕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왜 인간이 자유로운지, 왜 도덕적인 행동을 해야 하는지 과학적으로 밝힐 수 없다. 자유와 도덕은 신과 종교가 있는 세계, 즉 과학이 밝힐 수 없는 세계에 있는 까닭이다. 신에 대해 과학적 질문을 던질 수 없듯, 도덕에 대해서도 이유를 묻지 말아야 한다. 이익과 이유를 따지지 말고 무조건 양심이 시키는 의무에 따라 해야 한다는 거다. 이런 칸트의 윤리학은 의무의 윤리학이라고 불린다.


 인간에게는 ‘나는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에 대답하는 이성이 있다. 그것이 바로 실천이성이다. 실천이성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의무 의식이다. 의무 의식에 따라 행동의 결과에 관계없이 규칙을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주위에 굶주리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단지 동정심이 일어서, 남을 돕는게 좋아서 돕는 일은 참된 도덕적 행동이 아니다. 동정심도 없고 기쁨도 얻지 못하지만 도와야 한다는 의무 의식에 따라 남을 돕는 행위가 참된 도덕적 행동이다. 도덕적 행위의 원칙인 도덕 법칙은 아무런 조건이나 이유도 없이, 다만 ‘.....해야 한다’라는 *정언명령을 따르는 것이다.


 이익이 되건 안 되건 상관없이 이성의 무조건적인 명령에 따라 윤리적 행동을 하라는 그의 말대로, 칸트의 삶은 그야말로 의무에 충실한 삶이었다. 자로 잰 듯한 그의 철학 체계처럼 그의 생활도 한 치의 오차 없이 계속되었다.


 쾨니히스베르크의 터줏대감 칸트는 ‘좋았어’라는 말을 남기고 8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칸트를 존경해 마지않았던 이 도시 사람들은 그를 위해 성대한 장례식을 치렀다. 그는 사람들의 애도 속에 이 세상을 떠난 몇 안 되는 철학자들 가운데 하나였다.

그의 묘비에는《실천이성비판》에 나오는 다음 구절이 적혀 있다.


...... 더욱 빈번하고 지속적으로 생각하면 할수록 그 두 가지 것은 나의 심정을 경탄과 경외심으로 가득 채운다.

즉, 내 머리 위에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마음속의 도덕 법칙.



* 정언명령

  행위의 결과에 상관없이 행위 그 자체가 선이기 때문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도덕적 명령. 나 자신의 격률 즉 생활신조가 모든 사람의 것이 되어도 좋다고 인정될 때 그것이 도덕법칙이 되는 것이다.

 정언명령에 반대되는 것이 조건부 명령 즉 가언명령이다. 예를 들어 ‘상을 받고 싶으면 어려운 친구를 도와라’처럼 ‘....한다면’이란 조건이 없으면 명령이 될 수 없는 것을 가리킨다.


안광복 / ‘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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