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나도 모르는 나

송담(松潭) 2014. 7. 14. 18:08

 

 

나도 모르는 나

 

 정신분석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창시한 프로이트(S.Freud 1856~1939)는 주체의 분열을 아주 쉽게 증명한다. 그 수단은 바로 꿈이다. 꿈은 누구나 꾸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의 원하는 내용을 꿈으로 꿀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내 꿈의 내용을 정하는 것 , 즉 내 꿈의 ‘주체’는 누굴까?

물론 나다. 꿈을 꾸는 주체도 나고 꿈을 만드는 주체도 나다. 다만 꿈을 꾸는 주체는 잠들어 있는 현실 속의 나이며, 꿈을 만드는 주체는 꿈속에 등장하는 나다. 나라는 주체가 적어도 둘이 생겼으니 주체의 동일성은 어김없이 깨진다. 게다가 두 주체는 분명히 나의 일부분인데도 서로 직접적인 소통을 하지 못한다. 꿈꾸는 나는 꿈속의 나를 마음대로 조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데카르트의 자명한 자아라는 환상은 허공 속에 철저히 부서진다. 자아는 분열된다. 아니 처음부터 자아는 분열되어 있었다.

 

 이런 경우는 꿈만이 아니다. 프로이트는 ‘무심코’ 농담이나 실언을 했을 때, 혹은 최면술에 걸린 상태도 꿈과 똑같은 메커니즘이라고 말한다. 아버지와 함께 텔레비전으로 국가대표팀의 축구경기를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튀어나와 꾸지람을 들은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그런 짓을 하는 나도 분명히 나다. 무심코 한 절도도 실정법으로 처벌된다는 것은 곧 그 행위의 주체를 나로 본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런 짓을 한 나’와 ‘나도 모르는 나’는 같은 나일까? 술에 취해, 혹은 마약에 취해 평상시 같으면 시도는커녕 생각도 하지 못할 발언과 행위를 저지르는 나는 과연 평상시의 나와 어떤 관계에 있을까?

 

 여기서 프로이트는 무의식이라는 중대한 개념을 제기한다.

(무의식은 ‘의식이 없다’라는 뜻이 아니라 ‘모르는 의식’이라는 의미에서

非의식이나 反의식이 낫다.)

평상시의 내가 의식적인 나라면 꿈을 꾸고 실언을 하는 나, 최면술에 걸린 나, 술에 취한 나는 무의식적인 나다. 이성이 지배하는 영역에서 밝고 투명하게 존재하는 의식과 달리 무의식은 어둡고 충동적이고 본능적이다. 그러나 의식에게는 불행한 일이지만, 양자는 하나의 정신과 신체 속에 공존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의식은 음울한 무의식을 벌레처럼 징그럽게 여기고 멀리하려 애쓴다. 마치 술에 취해 얼토당토않은 실수를 저지른 기억을 잊고 싶은 것처럼. 의식은 무의식과 한 집을 쓴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여기고 무의식이 존재하지 않는 듯,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듯 처신한다. 꿈의 세계, 도취의 세계는 당연히 무시된다. 니체의 구분으로 말한다면 아폴론만 적자로서 인정과 칭찬을 받고 디오니소스는 서자로서 철저히 박대를 당하는 셈이다.

 

 그 때문에 니체도 자유주의 철학에 발끈했지만, 프로이트는 아폴론적 요소와 디오니소스적 요소의 균형을 주장한 니체보다 한술 더 뜬다. 그는 의식을 무의식이라는 거대한 바다에 떠있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본다.

'나도 모르는 나'가 더 '진짜 나'라는 이야기다.

 

 의식은 무의식을 단순히 부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억압한다. 무의식이 평상시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꿈과 같은 수단을 빌려 나타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억압된 무의식은 콤플렉스를 이루고 이 콤플렉스는 곪은 상처처럼 뜻하지 않는 순간에 터져 나와 히스테리를 일으킨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콤플렉스를 해소함으로써 정신질환을 치료하고자 했으며 그 수단으로 자유연상이라는 기법을 창안했다. 그것은 환자 스스로 침잠해 있던 자신의 무의식적 콤플렉스를 의식의 수면위에 드러내도록 하는 방법인데, 여기서 의사는 환자에게 콤플렉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연상과정을 도와준다. 환자가 자신의 의식에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다 보면 무의식 속에 억압된 기억이 되살아나게 된다.

 

남경태 /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철학’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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