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가 했던 가장 유명한 말을 떠올려 보라고 하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 자신을 알라”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이 왜 그토록 유명할까? 언뜻 생각해 보면 평범해 보이는 이 철학적 명제가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과 이후의 철학을 구분 짓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명제가 그냥 무지를 질타하는 일반적인 의미에 불과하다면 좀 우스워진다. 그러면 “공부해서 남 주냐. 공부 좀 해”라고 항상 말씀하시는 부모님들도 소크라테스와 동기동창쯤 되어 버린다. “너 자신을 알라”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그중 하나로 철학의 대상을 자연에서 인간으로 바꾼,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너 자신’은 곧 인간을 의미한다. 이전의 서양철학은 대부분 자연철학이다. 모든 만물의 근본이 물이라고 했던 탈레스나 불이라고 했던 헤라클레이토스 같은 철학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철학의 대상을 자연의 본질 탐구에 두고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여기에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자기 자신, 그리고 인간에 대해서도 제대로 모르면서 자연 탐구에 몰두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그는 ‘올바름’이나 ‘덕’과 같이 인간 내면의 문제와 인간 상호간의 관계에서 어떠한 원칙이 올바른 것인가를 탐구했다.
소크라테스에서 비로소 자신과 자기 근거에 대한 물음이 철학의 주제가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소크라테스는 영혼(내면) 철학의 시조라 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 이후 서양철학은 이러한 문제의식 위에서 발전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소크라테스를 서양철학의 아버지라 부르는 것이다.
박홍순 / ‘미술관 옆 인문학’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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