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봄 향기로운 봄 햇빛이 따뜻해진 다음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배추밭의 보온재를 걷어 내는 일이었다. 지난겨울 더러 언 배추를 캐다가 녹여 먹은 행복한 추억이 있는지라 “잘하면 봄동으로도 먹을 수 있다.”라는 지인의 말을 믿고 보온재를 덮어 두었기 때문에 자못 기대에 차서 한 짓이.. 아름다운 詩, 글 2013.04.19
晩秋의 소묘(素描) 晩秋의 소묘(素描) 가을빛이 눈부시다. 북한산 계곡물도 쪽빛이다. 마치 거울을 비쳐 보는 듯, 얼음 장 속을 들여다보는 듯하다. 오늘은 찬 서리가 내린다는 霜降, 하루가 다르게 도심까지 가을빛으로 물들어간다. 어제 찬비가 내린 탓인가? 지난 주말엔 직원들과 양평에 있는 예봉산(683m).. 아름다운 詩, 글 2012.10.23
머리 감는 여자 머리 감는 여자 대지는 꽃을 통하여 웃는다고 한다. 만개한 목련을 보며 연전에 만난 한 풍성한 여인을 떠올린다. 그때 나는 멕시코 중부 마야의 유적군이 있는 치첸이사라는 곳을 떠돌고 있었다. 밀림 속에 기원전의 피라미드들이 널려 있다는 촌로의 말만 믿고 차를 돌렸는데 풍경이 황.. 아름다운 詩, 글 2012.08.25
마지막 이름 마지막 이름 한동안 이름을 잊고 살았다. 잊은 건지 잃은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어느 집 새댁으로, 누구 마누라로, 누구누구 엄마로만 살았다. 이름 없이 사는 동안 나 또한 실종되었을 것이다. 이름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찾기 위해서, 어디론가 떠내려간 나를 건지기 위해서, 이 골.. 아름다운 詩, 글 2012.05.08
꽃이 아니라 희망을 심는다 꽃이 아니라 희망을 심는다 햇살이 따뜻하다. 봄이 어느덧 성큼 내 곁에 와 있다. 어제는 땅 끝 사구미에 계시는 동천선생님을 찾았다. 선생님이 사는 집은 바다가 보이는 가파른 언덕위에 있다. 오후 햇살이 파도에 부서져 은빛으로 출렁이고 있었다. 마당 뒤편에는 제주도 수선이 바닷.. 아름다운 詩, 글 2012.03.23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중에서 다산 정약용 선생이 재물을 숨겨두는 방법에 대해 쓰셨어요. 그 방법이 무척 지혜롭습니다. “무릇 재물을 비밀스레 간직하는 것은 베풂만 한 것이 없다. 내 재물로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 흔적 없이 사라질 재물이 받은 사람의 마음과 내 마음에 깊이 새겨져 변치 않는 보석이 된다.” 식.. 아름다운 詩, 글 2012.02.29
순천만을 걸으며 순천만을 걸으며 파란 하늘이 어둑해 질 무렵 함께 걷는 엄마의 등 뒤로 석양이 내린다 서로를 쓰다듬는 갈대소리가 먼 데서 다가온다 아쟁소리 같기도 하고 현을 울리는 가야금소리 같기도 한 노을너머로 엄마의 그림자를 되밟는다 일어나라 일어나야지 그렇게 말씀하신 듯 그렇게 살.. 아름다운 詩, 글 2011.12.30
8월, 여름밤의 환상(幻想) 8월, 여름밤의 환상(幻想) 골짜기 야생차의 향기 8월이다! 선들바람이 꽃핀 배롱나무 우듬지를 가볍게 스치고 지나간다. 억수장마가 계속되던 지난 달, 어느 지인께서 석곡에서 채취한 야생차를 보내오셨다. 한파 속에 살아남은 참 귀한 차다! 4월에 채취한 차를 한 번 덖어 한 달여 동안 숙성시킨 후에 .. 아름다운 詩, 글 2011.08.01
청산도에서 보내는 편지 청산도에서 보내는 편지 Ⅰ 오늘은 8월 5일입니다. 그 동안 손꼽아 기다려 온 청산도 여행을 가는 날입니다. 어제부터 이것저것 챙겨 두었는데 아무래도 빠진 것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부족함의 행복까지도 느껴지는 아침인데요. 잠을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워 차에 .. 아름다운 詩, 글 2011.07.29
감나무가 있는 풍경 감나무가 있는 풍경 / 이동하 (....생략....) 해방되던 해 겨울 경북 경산군 남천면 소재 향리로 돌아온 그의 가족은 방 둘에 부엌이 전부인 세 칸짜리 초가에서 새 살림을 시작했다. 남쪽을 보고 맨 오른쪽이 부엌, 가운데가 큰방, 왼쪽이 작은방인 일자집이었다. 툇마루도 없다. 방문을 열.. 아름다운 詩, 글 2010.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