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詩, 글 133

고무신 / 오영수

고무신 / 오영수 보리밭 이랑에 모이를 줍는 낮닭 울음만이 이따금씩 들려오는 고요한 이 마을에도 올봄 접어들어 안타까운 이별이 있었다. 바다와 시가지 일부가 한꺼번에 내다보이는 지대가 높고 귀환 동포가 누더기처럼 살고 있는 산기슭 마을이었다. 그렇기에 마을 사람들은 철수 내외와 같이 가난뱅이 월급쟁이가 아니면 대개가 그날그날의 날품팔이이다. 밤이면 모여들고 날이 새면 일터로 나가기가 바빴다. 다만 어린 아이들만 이 마을 앞 양지 바른 담 밑에 모여 윤선(동력으로 움직이는 배)이 오고가는 바다를 바라보고, 윤선이 보이지 않는 날은 무료해 지쳐 버린다. 그러나 이 단조한 마음, 무료한 아이들에게도 단 하나의 즐거움은 있었다. 그것은 날마다 찾아오는 젊은 엿장수였다. 내려다보이는 아랫마을을 거쳐 보리밭 사잇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