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넝쿨 박 넝쿨 내가 태어난 집은 횡성의 작은 초가집이었다. 장작을 지피지 못해 구들장은 싸늘해도, 노랗고 동그란 초가지붕은 늘 안온했다. 어느 날 초가지붕을 걷어내고 슬레이트 지붕으로 갈아 덮는 대공사가 시작되었다. 동네 사람들은 썩은 지붕을 걷어 내리고 슬레이트를 석가래 위로 .. 아름다운 詩, 글 2018.11.12
인디언 기우제와 첫눈 인디언 기우제와 첫눈 주정뱅이 아저씨가 밤새 퍼마시고 집에 들어오니 곤히 자던 부인이 벌떡 일어나 고함을 내질렀다. “새벽 두시예요. 차라리 더 마시고 곧바로 출근을 하지 그러셨수. 집에는 왜 들어와서 달그락거리고 잠을 깨냐고요. 나도 술을 못 마셔서 이런 줄 아슈?” 그러자 .. 아름다운 詩, 글 2018.11.08
임의진의 시골편지 중에서 임의진의 시골편지 중에서 이맘땐 이른 무도 덥썩 캐고 고구마도 풍년. 단감도 살찌게 먹는 시기. 무를 날로 깎아먹으면 방귀를 밤새 뀌게 된다. 눈 내리는 밤, 노란 호박죽을 끓여먹으면 노란 보름달처럼 속이 다스워질 거야. 감나무 꼭대기에 남긴 감들이 주렁주렁. 밭주인의 넉넉한 인.. 아름다운 詩, 글 2018.11.01
잡문 잡문 산다는 건 때로는 아무렇게나 쓰인 잡문같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그래서 좋은 걸지도 모른다. 흘러가는 대로 쓰이는 글처럼. 머리가 쓰는 건지 손이 쓰는 건지도 모르는 그런 글처럼. 꾸밈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거니까. 버스의자에 처진 몸을 기대어 있다. 창에 걸린 달을 우연히 보.. 아름다운 詩, 글 2018.10.27
경비실에 에어컨 달지 말아주십시오 경비실에 에어컨 달지 말아주십시오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경비실에 에어컨을 달지 말아주십시오" 부산의 한 아파트 경비원들은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40도 가까운 타는 듯한 폭염을 고려해서, 시공업체가 나서서 에어컨을 놓아주겠다고 .. 아름다운 詩, 글 2018.07.25
초도에 가면 초도에 가면 가슴에 별이 진 사람 초도로 가라 여수항 뱃길로 48마일 삼산호, 신라호, 덕일호, 훼리호, 순풍호, 데모크라시, 줄리아나 오가고 뱃길 빨라질수록 발길은 멀어도 해초처럼 설레는 낭만은 있다 이슬아침 소바탕길로 상산봉에 오르면 낮고 낮은 햇살에도 퍼덕이는 금비늘 희망.. 아름다운 詩, 글 2018.05.28
동백꽃 가장 눈부신 순간에 스스로 목을 꺾는 동백꽃을 보라 지상의 어떤 꽃도 그의 아름다움 속에다 저토록 분명한 순간의 소멸을 함께 꽃피우지는 않았다. 모든 언어를 버리고 오직 붉은 감탄사 하나로 허공에 한 획을 긋는 단호한 참수 문정희 / <동백꽃>중에서 단호한 참수 동백을 절실.. 아름다운 詩, 글 2018.04.06
기다리는 일 기다리는 일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 유수의 종합병원이라 그런지 크고 복잡했다. 주차장에 차가 많아서 몇 바퀴를 돌았는지 모른다. 차에서 내려 해당 건물에 들어서는 일도 쉽지만은 않았다. 차가 많다는 것은 사람이 많다는 말도 된다. 아픈 사람들과 아픈 사람 곁에 있는 사람.. 아름다운 詩, 글 2018.03.14
외로운 섬 같은 도시의 ‘섬 손녀’ 외로운 섬 같은 도시의 ‘섬 손녀’ 사진출처 : 섬소녀 고향이 제주도라고 했다. 이른 아침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서면 등 뒤로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고, 봄이면 학교 앞 유채밭이 노랗게 물들던 곳에서 자란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섬을 떠났다고 했다. 섬에서 자란 아이들은 모.. 아름다운 詩, 글 2018.03.09
다시, 빛 속으로 다시, 빛 속으로 < 1 > “여기도 노숙자 신세인 걸요 태항산채 노숙자라…고국이 아니니까, 이렇게 헤매 다녀야 하니까요. 죽음이 항상 옆에 대동해 있고, 죽음의 색깔이 삶의 의지보다 진하니까요.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잖아요, 이렇게 산채를 헤매다가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 아름다운 詩, 글 2018.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