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詩, 글

초도에 가면

송담(松潭) 2018. 5. 28. 22:36

 

초도에 가면

 

 

 가슴에 별이 진 사람 초도로 가라 

 여수항 뱃길로 48마일 

 삼산호, 신라호, 덕일호, 훼리호

 순풍호, 데모크라시, 줄리아나 오가고 

 뱃길 빨라질수록 발길은 멀어도 

 해초처럼 설레는 낭만은 있다 

 이슬아침 소바탕길로 상산봉에 오르면 

 낮고 낮은 햇살에도 퍼덕이는 금비늘 

 희망은 가슴 터질 듯 수평선에 이르고 

 달빛 수줍은 갯바탕길을 따라 

 은하수와 시거리 이야기꽃 정다운 

 초도, 그 아름다운 풀섬에 가면 

 아직도 총총한 별들이 뜬다 

 

  김진수(1959~) 

 

[경향시선]초도에 가면

 

 

 시인은 고향 초도에 대해 말한다. 초도(草島)는 풀이 많은 풀섬이라고 한다. 여수에서 여객선을 타고 남쪽으로 가면 있는 이 초도에는 상산봉이 우뚝 솟아 있다. 상산봉에 올라서 내려다보면 갯바람 언덕이 있고, 파도가 하얗게 무너지는 바닷가가 있고, 밀물과 썰물이 흐르는 해조음(海潮音)이 들려오고, 고깃배가 가고, 넓고 평평한 망망대해가 있고, 바다는 햇살 아래 사금처럼 반짝이고, 저 멀리에는 수평선이 한 줄로 걸려 있고, 밤이면 밤바다 위엔 총총한 별과 만월(滿月)이 있다.

 

 시인은 이 고향에 갈 때마다 푸른 해초처럼 설렘이 자라난다. 앞으로 어떤 일이든 잘될 것 같고, 소년과 소녀가 그러하듯이 수줍어하는 마음도 생겨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슴 한복판에 밝고 또렷또렷한 별이 뜬다.

 시인은 시는 나의 벗이었으며 피난처였고 구원이었으며 아랫목을 데워둔 아늑한 내 고향 풀섬이기도 했다고 썼다. 우리의 고향 역시 우리의 벗이며 삶의 피난처이며 구원일 것이다.

 

 문태준 | 시인·불교방송PD

 (2018.5.28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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