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詩, 글 134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가는데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가는데 하늘을 자꾸 올려다보게 되는 계절이다. 새파란 하늘, 깨끗한 구름, 눈부신 햇살, 서늘한 바람…. 여전히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이런 청명함을 누릴 수 있는 날이 1년에 얼마나 될까 싶은 마음이 들도록 좋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기나긴 장마와 푹푹 찌는 더위에 힘겨워하던 시간이 언제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는지 모를 정도다. “여름은 벌써 가버렸나, 거리엔 어느새 서늘한 바람.” 나직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나뭇잎 사이 정다운 불빛 아래 마냥 걷고 싶은 날들이다. 하지만 청명한 가을하늘과 달리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여전히 답답하기만 하다. 다가오는 한가위에 멀리 사는 친지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가는..

고속열차를 타고

고속열차를 타고 이홍영 코로나 역병이 온 지구촌에 확산되고 있는 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간절한 소망 하나로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고자 병약한 아내를 부축하여 아침열차에 오른다 띄엄띄엄 앉아있는 마스크 쓴 승객들은 유령처럼 말이 없는데 차창 밖은 봄햇살이 찬란하다 육신의 아픔을 힘겹게 부여안은 채 아내는 지그시 눈을 감고 점점 빨라지는 열차의 속도 따라 나의 시름도 깊어간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막막한 허허로움이여! 고통의 터널을 지나 흐르는 시냇물과 푸른 풀밭이 펼쳐진 지친 영혼들의 영원한 쉼터 안식(安息)의 역(驛)은 어디쯤인가 무심한 열차는 고속으로 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