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詩, 글 133

고속열차를 타고

고속열차를 타고 이홍영 코로나 역병이 온 지구촌에 확산되고 있는 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간절한 소망 하나로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고자 병약한 아내를 부축하여 아침열차에 오른다 띄엄띄엄 앉아있는 마스크 쓴 승객들은 유령처럼 말이 없는데 차창 밖은 봄햇살이 찬란하다 육신의 아픔을 힘겹게 부여안은 채 아내는 지그시 눈을 감고 점점 빨라지는 열차의 속도 따라 나의 시름도 깊어간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막막한 허허로움이여! 고통의 터널을 지나 흐르는 시냇물과 푸른 풀밭이 펼쳐진 지친 영혼들의 영원한 쉼터 안식(安息)의 역(驛)은 어디쯤인가 무심한 열차는 고속으로 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