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詩, 글

고속열차를 타고

송담(松潭) 2020. 9. 13. 05:17

고속열차를 타고

 

이홍영

 

코로나 역병이

온 지구촌에 확산되고 있는 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간절한 소망 하나로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고자

병약한 아내를 부축하여

아침열차에 오른다

 

띄엄띄엄 앉아있는

마스크 쓴 승객들은

유령처럼 말이 없는데

차창 밖은 봄햇살이 찬란하다

 

육신의 아픔을 힘겹게 부여안은 채

아내는 지그시 눈을 감고

점점 빨라지는 열차의 속도 따라

나의 시름도 깊어간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막막한 허허로움이여!

 

고통의 터널을 지나

흐르는 시냇물과 푸른 풀밭이 펼쳐진

지친 영혼들의 영원한 쉼터

안식(安息)의 역(驛)은 어디쯤인가

무심한 열차는 고속으로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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