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열차를 타고
이홍영
코로나 역병이
온 지구촌에 확산되고 있는 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간절한 소망 하나로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고자
병약한 아내를 부축하여
아침열차에 오른다
띄엄띄엄 앉아있는
마스크 쓴 승객들은
유령처럼 말이 없는데
차창 밖은 봄햇살이 찬란하다
육신의 아픔을 힘겹게 부여안은 채
아내는 지그시 눈을 감고
점점 빨라지는 열차의 속도 따라
나의 시름도 깊어간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막막한 허허로움이여!
고통의 터널을 지나
흐르는 시냇물과 푸른 풀밭이 펼쳐진
지친 영혼들의 영원한 쉼터
안식(安息)의 역(驛)은 어디쯤인가
무심한 열차는 고속으로 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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