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詩, 글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가는데

송담(松潭) 2020. 9. 23. 15:39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가는데

 

 

하늘을 자꾸 올려다보게 되는 계절이다. 새파란 하늘, 깨끗한 구름, 눈부신 햇살, 서늘한 바람…. 여전히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이런 청명함을 누릴 수 있는 날이 1년에 얼마나 될까 싶은 마음이 들도록 좋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기나긴 장마와 푹푹 찌는 더위에 힘겨워하던 시간이 언제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는지 모를 정도다. “여름은 벌써 가버렸나, 거리엔 어느새 서늘한 바람.” 나직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나뭇잎 사이 정다운 불빛 아래 마냥 걷고 싶은 날들이다.

 

하지만 청명한 가을하늘과 달리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여전히 답답하기만 하다. 다가오는 한가위에 멀리 사는 친지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가는데 우린 또 얼마나 어렵게 사랑해야 하는지.” 선인들은 달을 바라보며 멀리 고향에서 이 달을 보고 있을 가족을 그렸다. 어렵지만 비대면 시대에도 사랑의 방법을 찾아갈 수는 있을 것이다.

 

송혁기 /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2020.9.23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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