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배소리
멸치야 갈치야 날 살려라
너는 죽고 나는 살자
에야 술배야
가거도 어부들의 고기 잡는 소리를
밥상머리에서 환청으로 듣곤 한다
벼야 조야 배추야 시금치야
콩아 닭아 김아 마늘아 날 살려라
너는 죽고 나는 살자
놓인 밥과 반찬에 따라 가사를 바꿔 부르며
숟가락 젓가락을 들곤 한다
그토록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
소화가 되겠느냐 핀잔하는 이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그이에게 권하고 싶다
술배소리 음미하며 한 끼 먹어보라고
그래야 음식마다 맛이 새롭고
먹고사는 일이 더욱 생생하게 소중해지므로
최두석(1955~)
시인은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어부들이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 그물을 던져서 먹을 것을 얻으려 할 때 부르는 소리를 소개한다. 시인은 바다에서 난 것을 밥상머리에서 먹을 때 이 술배소리를 떠올린다. 그리고 들판과 자연의 것으로 한 끼의 밥과 찬을 마련해 한 숟가락 떠먹을 때 술배소리의 가사를 바꿔 부르기도 한다.
먹는다는 것은 다른 생명을 먹는 것이다. 먹어야 살 수 있다. 다른 생명의 희생 없이 우리는 몸과 마음을 온전하게 지탱할 수 없다. 우리의 한 끼는 다른 생명에게서 얻어 온, 거룩한 한 끼이다. 흰 밥과 따끈따끈한 국과 서너 가지의 찬을 받을 적에는 두 손으로 겸허하게 받아야 한다. 그러면 다른 목숨의 희생으로 장만된 음식 앞에 엄숙해지고, 또 그 희생 덕에 살고 있는 내 목숨이 간절해진다.
문태준 / 시인 · 불교방송PD
(2019.9.30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