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 ‘아리랑 3권’ 중에서 “아니, 지지리 가난한 조센징이 그런 호조건에도 말을 안 듣는단 말이오?" 하시모토의 눈째가 고약해졌다. “예 죽어도 딸을 첩으로 내놓지 않겠다고 에미가 고집을 부린답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요. 가난한 조선사람들은 딸을 부잣집에 첩으로 넘기는 건 예사로 하는 일 아니오. 그런데 쌀 50가마니 돈이 싫다니, 내가 일본사람이라 그러는 것 아니오?" ....... "나한테 한 가지 좋은 생각이 있긴 있소, 다른 게 아니고 마음에 있는 여자를 밤중에 몰래 자루에 넣어 업어오는 조선풍습이 있잖소. 그 방법을 쓰면 어떻겠소. 하룻밤 자버리면 꼼짝없이 내 여자가 되는 것이고, 돈이야 그 다음에 전하면 되잖소." "아이고, 그건 큰일납니다. 그 방법이야 과부한테 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