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야, 단풍 참 오지게 곱다! “허, 요런 무주 산골꺼정 머리크락이 동나부렀네 그랴. 워떤 놈덜이 골골이 잘도 더터묵었당께로.” 천두만은 산골동네를 나서며 허탈하게 혼잣말을 뇌까리고 있었다. 마을을 둘러싼 첩첩의 산에는 색색의 단풍이 꽃의 아름다움을 비웃듯 낭자하게 물들어 있었다. "아저씨, 저 개울가에서 좀 쉬었다 가요. 맥빠져서 더 못 걷겠어요." 뒤따르던 미용사 아가씨가 가방을 추스르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려, 물도 한 모금 묵고 낯도 잠 씻고 허드라고." 천두만이 고개를 끄덕이며 개울 쪽으로 발길을 잡았다. 미용사 아가씨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뭐라고 투덜거렸다. 그 뒤를 군용 배낭을 진 나복남이 터덕터덕 따르고 있었다. "어야, 단풍 참 오지게 곱다." 천두만이 개울가에 털퍽 주저앉으며 주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