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빚을 덜기 위하여
삶의 빚을 덜기 위하여 자네, 후련하지.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은 영욕의 세월, 한 바탕 치르고 사회가 정한 정년을 하고 나니 어떤가. 쌓아놓은 것은 별로 없지만, 자식들 사고 치지 않을 정도로 길러놓고, 이제 홀로 되니 자유롭지 않은가. 눈앞에서 벌어진 부정에 대해, 그래도 가족을 위해 살아야 한다며 못 본 척 때로는 두 눈 질끈 감고 지나치지 않았나. 세월과 더불어 잊혀진 일들이 한둘이었나. 모두 아등바등 살고 있는데, 이렇게 몸 하나 건사한 것만도 다행이지 않은가. 이제 마르크스도, 간디도, 박경리도 만나야지. 거기에는 자네 젊은 날의 열망과 열정이 숨어 있지. 마음껏 이들의 이야기에 취해봄직하지. 이왕이면 이 땅에서 자유니 정의니 평화니 하는 말들이 자네가 사는 동안 횡행했는데 도대체 그것이 무엇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