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74

꽃구경

꽃구경 사진출처 : 민족의학신문 ‘노인이 되면 나라야마 산으로 떠나야 한다.’ 영화 (이마무라 쇼헤이 연출)의 열쇳말이다. 나라야마 정상에서 삶을 마감한 노인에게는 천국이 기다린다는 전설이 있다. 아들은 노쇠한 어머니를 지게에 지고 산으로 간다. 아이들은 노래한다. “할머니는 운이 좋아. 눈이 오는 날에 나라야마에 갔다네.” 남은 가족은 어머니의 옷을 나눠 입고 겨울을 난다. 봄이다. 꽃구경 나가기 좋은 계절이다. 꽃구경은 단지 꽃만 구경하는 일이 아니다. 봄의 생기와 활력을 몸으로 호흡하는 일이며, 대지의 향기와 따사로운 기운을 마음에 머금는 일이다. 자연의 신비와 경이로움 앞에서 겸허하게, 분명하게 우리의 살아있음을 축하하고 축하받는 일이다. 그러나 올해는 선뜻 꽃구경 행장 차릴 마음이 일지 않는다...

김범석 /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중에서

별과 별 사이 - 600대 1의 관계 - 그는 별을 헤아리는 사람이었다. 천문학자인 자신의 일은 별을 보는 것이지만 별 볼일 없는 직업이라고 했다. 별의 개수를 세고 새로운 별을 찾아내고 별의 거리를 측정하는 것이 그의 주된 일이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일을 한다고 알려줬는데 과학 상식이 짧은 내가 다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어느 날 그가 물었다. '선생님, 오후에는 외래를 몇 시까지 봅니까?" "저녁까지 보죠. 일곱 시에 끝나면 빨리 끝나는 편이에요.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세요?" "제가 기다려보니 한 시간 동안 선생님 외래에 들어오는 환자가 10명 정도 되더라고요. 홈페이지상으로는 외래가 월·수·금이던데, 지난번 오전 외래는 두어 시까지 보시는 것 같고, 오후 외래를 그 시간까지 보시면 일주일에 외래..

때로는 죽음도 희망이 된다

때로는 죽음도 희망이 된다 잠자듯, 소풍에서 돌아오듯 그러나 아직도 죽음은 나에게 희망이다. 그 못할 노릇을 겪고 나서 한참 힘들 때, 특히 아침나절이 고통스러웠다. 하루를 살아낼 일이 아득하여 숨이 찼다. 그러나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는 하루를 살아낸 만큼 내 아들과 가까워졌다는 생각 때문에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 저만치 어디선가 기다리고 있을 죽음과 내 아들과의 동일시 때문에 죽음을 생각하면 요새도 가슴이 설렌다. 가톨릭 신자지만 사후 세계에 대한 확신은 없다. 그러나 죽음의 문턱을 내 아들의 마중을 받으면서 넘으리라는 건 확실하게 믿고 있다. 그다음에 우리가 살아낸 부조리한 인생에 대한 해답으로서의 사후 세계가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없다고 해도 하루를 열심히 살아낸 후의 단잠 같은 휴식은 있..

나는 버킷리스트 같은 건 쓰지 않으련다

나는 버킷리스트 같은 건 쓰지 않으련다 추석연휴에 TV에서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애니메이션 영화였는데, 죽은 자들을 기억하는 멕시코의 명절을 소재로 가족에 대한 소중함에 대해 살펴보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가족 간의 만남을 자제하고 차례나 추모도 온라인으로 대체하자던 명절이었는데, 그 와중에 공중파에서 편성된 애니메이션이 죽은 자의 사진을 제단에 올려 추모하지 않으면 그들이 명절에도 가족을 만나러 이승에 올 수 없고, 그렇게 반복되어 잊히면 저세상의 영혼마저 영영 소멸한다는 내용이라니, 그럴 리는 없겠지만 모임 자제 권고를 내린 이들에게 항의하는 건가, 아니면 그 권고를 따른 이들을 비난하고 꾸짖기 위한 편성인가 싶어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기도..

시골 생활의 작은 불편, 큰 행복

시골 생활의 작은 불편, 큰 행복 지금 사는 속초 집은 오래된 한옥이다. 지난해 전체를 수리하면서 사랑방 하나는 여전히 불을 때는 아궁이로 남겨두었는데, 아궁이에 불을 넣으면 방바닥이 지글지글 끓어올라 찜질방이 따로 없이 좋았다. 그런데 아궁이가 결국 문제를 일으켰다. 오래된 구들 어딘가가 무너졌는지 이듬해 봄부터는 불을 때면 연기가 굴뚝으로 빠져나오지 않고 아궁이 입구로 다시 흘러나왔다. 아궁이를 살리려면 바닥을 뜯어내고 구들을 다시 놓아야 했다. 구들을 고치는 데 드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구들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일이 더 힘들었다. 수요가 없다 보니 이 기술을 가진 분들이 전업하신 데다 남아 계신 분들은 연세가 너무 많으셨다. 직접 하지 않고서는 아궁이를 보존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남편이 ..

변하는 것을 매일 세 가지 찾아내자

변하는 것을 매일 세 가지 찾아내자 오늘도 어제처럼 출근하고 어제처럼 퇴근한다. 오늘도 어제처럼 아이들을 돌보고 어제처럼 밥을 준비한다. 내일도, 그리고 모레도 출근하고 퇴근할 것이고, 아이들을 돌보고 식사를 준비할 것이다. 도시 생활과 자본주의적 삶은 이런 매너리즘을 낳는 주범이다. 거대한 건물과 화려한 조명은 시골에서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일출과 일몰의 드라마틱한 변화에 무감각하게 만들고, 사무실에 갇힌 일상적 삶은 뭉게구름이나 꽃과 바람을 느끼기 힘들게 만든다. 퇴근해서도 마찬가지다. 몸이 지치고 정신이 피로에 절어 있으면 아이들의 성장과 변화를 느낄 여지가 없다. 그제나 어제와 비교해보아도 별로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완전히 매너리즘에 빠지면 그렇게 된다. 그래서일까, 직장인들에게 퇴근하고 ..

살아 있다는 것, 고통을 느낀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고통을 느낀다는 것 불교의 가르침은 고(苦), 즉 고통의 자각 혹은 고통의 느낌에서 출발한다. '일체개고(一切皆苦)'는 '일체 모두가 고통이다'라는 싯다르타(Siddhartha Gaurama, BC 563?~BC 483?)의 근본적인 가르침이다. 모든 것이 고통이라니, 얼마나 당혹스러운 가르침인가? 보통 종교라면 회망과 낙관적인 미래를 이야기하기 마련인데, 불교는 애초부터 모든 것이 고통이라고 말한다. 불교 경전에는 '타타타(tathata)'라는 산스크리트어가 자주 반복된다. '있는 그대로'라는 뜻의 타타타는 한자어로 진여(眞如), 여실(如實), 혹은 여여(如如)라고 번역된다. 마음속에 어떤 선입견도 갖지 않고 외부 사태를 있는 그대로' 본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일체개고'는 타타타한 ..

묘비명

묘비명 1925년 노벨상 수상자 조지 버나드 쇼 (George Bernard Shaw)는 1950년 95세의 나이에 임종했으며 그의 유언에는 묘비에 새길 문구도 있었다고 합니다. "I knew if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끝날 줄 알았다." 걸레 스님으로 불린 중광스님은 "괜히 왔다 간다." 소설가 모파상(1850~1893)은 ​​ "나는 모든 것을 갖고자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갖지 못 했다." 시인 천상병(1930~1993) 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고 썼습니다. 참고로 개그우먼 김미화 씨는 이런 묘비 문구를 하겠다고 했었죠! "웃기고..

루쉰과 깨달음의 길

루쉰과 깨달음의 길 인간은 깊은 명상을 통해서 깨달음이라는 찰나의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여 새로운 세계를 건설해 나간다. 종교차원의 깨달음은 소위 득도(得道)를 의미한다. 예수, 마호메트, 석가 등 이 분들은 평생을 위해서 종교적 차원에서 깨닫고 성인이 된 분들이다. 인생차원의 깨달음은 어떤 자극이나 학습을 통해서 인생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중국의 문학가 루쉰의 깨달음과 인생에 대하여 이야기하려고 한다. 루쉰은 중국의 문학가로 중국 근대 문학가의 3걸 중의 한 명으로 문학뿐만 아니라 중국인의 정신적 의사로 13억 중국인으로부터 추앙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의학을 공부하여 병든 아버지를 치료하고 아버지처럼 질병으로 고생하는 중국 사람들을 치료해야겠다는 평범한 꿈을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