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걷기 37

여행과 관광은 어떻게 다른가

여행과 관광은 어떻게 다른가 고난을 수반하던 전통적인 여행은 산업화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관광산업으로 발전하는 한편, 대중화되었다. 그 결과 현대사회에서는 여행과 관광이 엄밀한 구분 없이 교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여행과 관광은 비슷하면서도 분명하게 다른 용어다. 관광은 잠시 둘러보며 구경하고 즐긴다는 의미가 강하다. 자신이 떠나온 곳과 친숙한 곳에 머물면서 잠시 낯선 것을 경험하는데 초점을 둔다. 새롭고 특이한 것을 경험하긴 하지만,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다. 편안한 숙소에서 지내며 가능한 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으려 한다. 그래서 패키지 관광 상품 광고는 얼마나 고급 호텔인지나 얼마나 맛있는 음식인지 혹은 한식이 포함되었는지를 피력한다. 반면에 여행은 객지를 두루 돌아다니..

여행, 걷기 2019.09.07

개선문의 나폴레옹

개선문의 나폴레옹 노천카페에서 뜨끈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기력을 충전한 다음, 거리의 상가들을 구경하면서 에투알 개선문으로 갔다. 지하도를 건너기 전에 광장 로터리 바깥쪽을 돌면서 높이 50미터 폭 45미터 정도 되는 개선문의 외관을 살펴보았다. 1806년 시작했던 건축공사가 러시아 원정 참패로 한동안 중단된 탓에, 이 개선문은 나폴레옹 사후 15년이 되던 1836년에 완전한 모습을 갖추었다. 에투알 개선문은 나폴레옹 개인만이 아니라 대혁명과 프랑스 현대사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다. 나폴레옹의 여러 전승 장면이나 병사들의 출정 풍경과 함께 대혁명 직후 영웅적 전투를 수행한 마르소 장군과 최초의 공화정을 세운 1792년 시민군의 모습도 부조해 놓았다. 중앙 제단의 꽃과 파르라니 타오르는 불은 제1차 세계대전..

여행, 걷기 2019.07.25

오직 현재

오직 현재 나는 많은 나라와 도시를 여행했고, 때로 한곳에서 몇 년 동안 머물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낸 스무 권이 넘는 책들 중에서 단 두 권만이 모국어의 영토 밖에서 쓰였다. 심지어 여행기도 집으로 돌아와 썼다. 영감을 얻기 위해서 혹은 글을 쓰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지는 않는다. 여행은 오히려 그것들과 멀어지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격렬한 운동으로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을 때 마침내 정신에 편안함이 찾아오듯이, 잡념이 사라지는 곳, 모국어가 들리지 않는 땅에서 때로 평화를 느낀다. 모국어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지만, 이제 그 언어의 사소한 뉘앙스와 기색, 기미와 정취, 발화자의 숨은 의도를 너무 잘 감지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진정한 고요와 안식을 누리기 어려워졌다. 모국어가 때로 나를 할퀴고, ..

여행, 걷기 2019.06.20

‘해파랑길’을 걷는 친구에게

‘해파랑길’을 걷는 친구에게 해파랑길 제1코스 부산 오륙도에서 해운대 백사장 끝에 있는 미포항까지 17.7 Km 마치고 사진을 보내왔다. (5월 3일) 내 친구 상선약수 박형하가 산티아고 순례길 800km(39박 40일)의 대장정과 히말리아 트래킹에 이어 부산에서 고성까지 770km ‘해파랑길’ 대장정에 올랐다.나에겐 참으로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일이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면서 단련과 성찰의 삶을 실행하고 있는 친구에게 무한한 경의(敬意)를 표한다. 친구의 삶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1913~1960, 프랑스)의 말대로 ‘무의미한 삶에 대한 적극적인 반항’이요, 남들이 사는 대로 따라서 살지 않고 ‘위대한 의식의 순간’을 경험하고자 하는 도전과 극복의 길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땅만 보..

여행, 걷기 2019.05.04

해남 미황사 / 달마산

해남 미황사 / 달마산 (2019.4.13) ‘천년의 세월을 품은 태고의 땅으로 낮달을 찾아 떠나는 구도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개통한 달마고도는 해남군과 미황사가 공동으로 기획하여 송지면 미황사와 달마산 일원에 조성하였으며, 총 17.74km로 미황사에서 큰바람재, 노시랑골, 몰고리재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달마고도는 다른 둘레길과 달리 순수 인력으로만 시공을 했다. 전 구간에서 돌흙막이, 돌계단, 돌묻히기, 돌붙임, 돌횡배수대 등을 만날 수 있는데, 이 모든 과정을 외부 자재와 장비 없이 순수 인력으로 공사를 진행함으로써 이용하는 관광객과 등산객들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2.71km에 이르는 1구간은 미황사에서 큰바람재에 이르는 길로 땅끝 천년 숲 옛길 노선과 연계가 되어 있..

여행, 걷기 2019.04.14

히말라야 마차푸자래봉

히말라야 마차푸자래봉 숙소앞에서 보이는 세계 3대 미봉의 하나인 마차푸자래봉을 한 컷하여 보낸다. 나는 지금 지구의 지붕 히말라야를 걷고 있다. 이 길에서 나는 태평양 심해의 파도를 생각한다. 그 파도의 울음은 깊지만 들리지 않는다. 그 파도의 울음은 길고 끊임이 없다. 그 파도의 울음은 태평양 심해의 비원을 내포하고 있다. 그 파도는 심해에서 수면으로 솟아오를 때까지 나직하면서도 줄기차게 울어댈 것이다. 그 파도의 비원을 숙명처럼 안고 이 길을 걷는다. 오지라 통신이 열악하다. 10월 9일 귀국이다. 11월에 보자. 우와! 히말라야! 버킷리스트를 실행하는 삶이 부럽고 경이롭다. 신(神)과의 소통을 축하하며 의미 있는 여정되길... 봄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더니 가을엔 히말라야에 간 내 친구 P. 부러..

여행, 걷기 2018.10.04

관찰하라! 기록하라! 감응하라!

관찰하라! 기록하라! 감응하라! 접속의 기예 여행은 관념이나 이미지가 아니라 몸으로, 발로 움직여야 한다. 여행지에 가서 모텔이나 여관에 머물러 게임이나 인터넷을 한다면? 그건 정말 변태다! 하지만 그건 예외적인 경우고, 누구든 여행지에 가면 움직이게 되어 있다. 보고 듣고 말하고 온몸을 두루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익숙한 것을 떠난다는 건 닫혀 있던 신체적 감각을 일깨우는 것, 다시 말해 감각의 배치와 분포도를 바꾸는 것임을 환기하라. 그래서 미각과 시각에 탐닉해서는 곤란하다. 미각과 시각에서 청각과 촉각, 후각 등으로의 전환 혹은 확장, 여행의 성패는 거기에 달려 있다. 그래야 사건과 스토리를 창안할 수 있으므로. 첫 번째 행동 지침, 관찰하라! 풍경이건 기술이건 사람이건, 여행지에서 마주치는 것들은 ..

여행, 걷기 2018.09.17

중년에는 살롱으로 가라

중년에는 살롱으로 가라 나의 구속을 다 내려놓는 곳이 놀이터다. 놀이터는 등급이 여럿이다. 인간의 취향과 기질이 각기 다르고 처한 상황과 여건이 다르므로 놀이터도 다르기 마련이다. 우선 내 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산천유람이 놀이이다. 외국에 나가 기차나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끊임없이 차창 밖을 본다. ‘저 산 모양이 둥그런 금체로구나. 삼각형의 문필봉이 저쪽에 있으니 저 반대쪽에서 어떤 인물이 나왔겠구나. 이 강물이 이렇게 돌아서 흘러가니까 저 강 안쪽에 있는 동네는 재물이 많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외국에 나가서도 산천을 보며 풍수를 연구하는 게 놀이이다.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닌 것이다. 다 의미가 있고, 거기서 태어나는 인물이 다르다. 이 풍수를 바탕으로 역사를 들여다본다. 과연 그런 인물..

여행, 걷기 2018.08.06

지리산둘레길 완주한 이형록씨

만년 산행 1년 만에 지리산둘레길 완주한 이형록씨 - 매 주말마다 길을 나서서 334일 만에 지리산둘레길 완주 - - 교통사고 장애를 극복한 의지의 발걸음 - ▲ 지리산둘레길 완주 기념 만년에 산행을 시작하여 근 1년간 노력 끝에 지리산둘레길을 완주한 감동 스토리가 있어 취재에 나섰다. 순천우체국에 근무하는 이형록(58)씨가 지난 14일 산동~주천(제19구간)을 마지막으로 지리산둘레길 본 구간 19개와 지선 3구간 총 22개 구간을 시작한 지 334일 만에 완주한 것이다. 지리산둘레길은 민족의 영산 지리산 둘레를 환형으로 연결한 장거리 걷기여행길로 3개도(전남, 전북, 경남), 5개 시군(구례, 남원, 하동, 산청, 함양), 21개 읍면 120여 개 마을에 걸쳐 있으며, 총길이는 300여km에 달한다. ..

여행, 걷기 2018.07.21

산티아고로 떠나는 친구에게

산티아고로 떠나는 친구에게 “산티아고는 길이고 숲이고, 낙엽이며 바람이다. 걷기는 자연과 대지의 신비를 탐색하는 모노드라마다. 그 드라마는 수고와 기쁨의 양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리가 수고하면 가슴에는 기쁨이란 이슬이 맺힌다.”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중에서 중국 홍군의 대장정, 야크에 짐을 싣고 차마고도의 협곡을 통과하는 행렬들, 대정정은 역사를 바꾸고 극한을 넘어 한계의 삶을 지탱해 냈다. 내 친구 박형하가 산티아고 순쳬길 대장정애 나선다. 800km, 39박 40일의 대장정!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매일 맨몸으로 18km 걷기를 시작하여 최근에는 7kg 배낭을 메고 25km를 걷는 연습으로 하루는 평지 하루는 산을 탔다고 한다. 이번 대장정은 아들과 함께 떠나는데 젊은 아들을 어떻게 설득..

여행, 걷기 2018.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