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기착지, 베이징 자금성 해자를 끼고 왼편으로 펼쳐진 치엔먼과 리우리창에는 가을 서정이 역력했다. 햇살은 엷어지고 푸르던 나무는 조락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옛날 연경(현 베이징)에 들러 벼루와 붓을 사고 선진문물에 놀라워했던 연암 박지원의 여로는 붐비는 인파와 문명 속에서 길을 잃고 있었다. 아직도 성업 중인 수백 개의 문방사우 상점들은 『열하일기』의 「관내정사」 풍광 속으로 나를 안내하고 있었다. 당시 박지원의 나이는 43세였다. 영조 때 청나라 건륭제의 칠순 축하 사절단 자제 군관 자격으로 먼 길을 떠났다. 이때 보고 들은 청나라 견문록을 『열하일기』로 남겼다. 압록강을 건너며 시작되는 「도강록」부터 연경과 열하를 다녀오는 「환연도중록」 까지 길 위의 여정은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