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산행 1년 만에 지리산둘레길 완주한 이형록씨
- 매 주말마다 길을 나서서 334일 만에 지리산둘레길 완주 -
- 교통사고 장애를 극복한 의지의 발걸음 -
▲ 지리산둘레길 완주 기념
만년에 산행을 시작하여 근 1년간 노력 끝에 지리산둘레길을 완주한 감동 스토리가 있어 취재에 나섰다. 순천우체국에 근무하는 이형록(58)씨가 지난 14일 산동~주천(제19구간)을 마지막으로 지리산둘레길 본 구간 19개와 지선 3구간 총 22개 구간을 시작한 지 334일 만에 완주한 것이다.
지리산둘레길은 민족의 영산 지리산 둘레를 환형으로 연결한 장거리 걷기여행길로 3개도(전남, 전북, 경남), 5개 시군(구례, 남원, 하동, 산청, 함양), 21개 읍면 120여 개 마을에 걸쳐 있으며, 총길이는 300여km에 달한다. 제주 올레길과 더불어 한국 사회 걷기 열풍의 효시이다. 두 길은 2007년에 시작하여 2012년에 완전 개통한 한국을 대표하는 동갑내기 걷기길이다.
이형록씨는 작년 8. 15. 호위무사 동생과 시작했던 주천~운봉 구간의 출발점인 주천으로 334일 만인 지난 14일에 다시 돌아와 여러 산악인들의 축하를 받으며 완주점을 찍었다. 완주 마지막 날 동행인은 순천낙안중 박백자 교사, 주택관리공단 정순문 소장, 순천여고 교사 한상석 교사 등이었다. 이들은 1년 동안 가장 많이 동행해준 분들이다. 그간 친구 교사, 직장인 친구들과 어울려 당일코스 도착점에 승용차를 두고 택시를 이용하거나 두 대의 승용차로 가서 시작점과 도착점에 두고 회수하는 방법 등 당일 산행을 원칙으로 해왔다.
지난 1년 동안 주말이면 지리산에 들어 하루에 10~20km의 숲길, 마을길, 논둑길, 밭길, 임도, 시멘트길, 아스팔트 신작로를 걸으며 사계절을 보냈다. 지나는 마을 마다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역사와 유래, 전설도 수집하고 지리산의 자연 생태도 공부하는 학구적 노력도 같이 하였다. 뙤약볕 오르막에서 힘들 때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인생길 몇 구비냐~~’ 유행가도 흥얼거리고 ‘한발 한발이 역사’, ‘보생와사(步生臥死)’를 되새기며 걷고 또 걸었다.
사실 이형록씨에게는 별도의 아픔이 있었다. 그는 평생 세 번의 교통사고를 겪었는데 결정적으로 2000년에는 여수 해돋이 구경을 다녀오다가 전 가족이 대형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강직성척추염 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 후 보행에 지장을 받던 중 히포크라테스의 ‘걷기는 가장 훌륭한 약이다’를 신념으로 부인 박혜옥씨와 함께 순천 동천을 걷기 시작하며 차차 건강을 되찾았고 마침내 지리산둘레길에 도전하게 되었던 것이다. 지난 겨울에는 개울을 넘다 정강이를 크게 다쳐 수술, 2주후에 다시 걷기도 하였다.
그간 산행에 열중하여 지리산 천왕봉, 노고단, 바래봉과 내장산 등에도 올랐다. 다음 달 부터는 제주 올레길 26개 전 구간 일주에 도전할 계획을 세웠다. 기자는 이형록씨의 산행여정을 보고 장애는 극복하기 나름이며, 늦깎이로 산행을 하여 일반인들과는 반대로 만년에 수평걷기에서 수직걷기로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개의 나이든 산행인들이 힘겨운 정상 정복 등산을 접고 수월한 둘레길 걷기로 바꾸는 것이 보통인 것이다.
완주하는 동안 전국의 산악인도 많이 만났다. 서울, 부산, 대구, 포항, 진주, 울산, 창원, 남원…, 등지에서 오셔서 같이한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단다.
이형록씨는 블로그 관리도 수준급으로 그의 블로그 ( http://blog.naver.com/lee61927 )에 ‘긍정맨 로키형’이라는 필명으로 ‘이형록 길을 나서다’라는 주제의 유쾌한 산행일기를 흥미진진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형록씨가 완성한 만년의 지리산둘레길 완주는 본인의 건강과 일상의 자신감 회복은 물론 이웃들에게 시대적 건강 아이콘인 걷기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지리산 주민들의 배려와 헌신으로 태어난 둘레길은 평화와 생명의 길로 정평이 나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마치 순례자처럼 봄․여름․가을․겨울 동안 둘레길을 걸은 이형록씨의 앞길에 평화와 생명의 영광이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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