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걷기

여행, 조금 벗어나도 괜찮은

송담(松潭) 2018. 4. 4. 06:15

 

여행, 조금 벗어나도 괜찮은

 

 

 (...생략...)

 

 요즘 많은 TV 프로그램에서 여행을 다루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 골목들을 돌아다니며 맛집 메뉴를 세세하게 보여주고, 유명한 음식 아이템은 비교분석까지 해준다.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넘쳐나다보니 여행 역시 간접체험으로 사전 확인을 마치고 떠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기내식은 물론 한국인이 많이 간다는 휴양지 리조트의 룸서비스 메뉴와 가격, 먹을 만한 메뉴까지 검색 몇 번으로 알 수 있는 세상이다. 폭풍 검색을 하고 떠나면 자유여행이어도 패키지 여행처럼 예측 가능한 여행을 다닐 수 있다. 요새 유행한다는 언박싱’(unboxing·상자를 연다는 뜻으로 제품의 개봉 과정을 보여주는 동영상을 의미하기도 한다)과 비슷한 느낌이다.

 

 (...생략...)

 

 여행지에서의 실패는 돈 낭비로 이어지기 마련이니, 힘들게 돈과 시간을 들여 떠나온 여행에서 불확실한 건 용납할 수가 없는 거다. 실패하지 않을 코스만 골라 가성비 좋은 만족감을 구매하려는 노력이라고 하겠다. 하지만 일상과의 간격을 만들어내는 여행에서조차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하다면, 새로 구입한 물건 상자를 뜯는 것처럼 명확하다면 여행을 떠나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생략...)

 

 어쩌면 여행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지 카페에서 읽었던 책의 한 구절, 어쩌다 발견한 맛집에서 흘러나오던 노래를 떠올리기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 “때로 여행은 사진 한 장에서 비롯되기도 한다고 하지 않는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말했듯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새로운 풍광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4, 본격적인 여행 시즌이 다가온다. 떠나려는 사람이라면 남들이 다 풀어놓은 상자를 나도 개봉하는 데 의의를 두는 여행보다, 나만의 상자를 새롭게 발견하는 여행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최소한 여행에서만큼은 조금 실패해도 괜찮으니까.

 

 정지은 | 문화평론가·인천문화재단 과장

 (2018.4.3 경향신문)

 

[직설]여행, 조금 벗어나도 괜찮은

'여행, 걷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리산둘레길 완주한 이형록씨  (0) 2018.07.21
산티아고로 떠나는 친구에게  (0) 2018.04.18
전남 구례 - 구례잇!  (0) 2017.12.22
지리산 둘레길 9코스  (0) 2017.10.01
별량 욕쟁이 할멈  (0) 2015.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