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걷기

전남 구례 - 구례잇!

송담(松潭) 2017. 12. 22. 17:15

 

전남 구례 - 구례잇!

 

  전남 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의 품에 안긴 도시다. 노고단(1507m)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해발 1000m 이상 20여개 산봉우리들이 잔잔한 파도처럼 펼쳐진다. 섬진강이 구례읍(사진 오른쪽) 앞으로 부드럽게 휘돌아나가고 있다. 구례군청 제공

전남 구례는 지리산과 섬진강의 품에 안긴 도시다.

노고단(1507m)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해발 1000m 이상 20여개 산봉우리들이 잔잔한 파도처럼 펼쳐진다.

섬진강이 구례읍(사진 오른쪽) 앞으로 부드럽게 휘돌아나가고 있다. 구례군청 제공

 

 전남 구례는 지리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소박한 도시다. 해발 1000m 이상의 20여개 산봉우리가 넉넉하게 펼쳐지고, 섬진강이 마을 앞으로 흐른다. 자연을 품은 구례에 살고 싶어 외지인들이 찾고 있다. 구례에 정착한 귀농인들이 한두 집이 아니다

 

 ■ 구례에 외지인이 몰려든다 

 전남 구례군 광의면에 있는 예술인 마을은 전국 각지에서 온 서양화가·동양화가·조각가 등 31명이 터를 잡고 사는 외지인들의 마을이다. 예술가들의 작품이 저마다 다르듯 집집의 모양도 제각각이다. 투박한 회색 담벼락을 한 집, 흙으로 쌓은 친환경집, 지중해풍 이층집도 보인다.

 “구례 사람들이 순박하고 인심 좋다고 하잖아요. 연고도 없는 지리산자락에 보금자리를 틀었는데 쑥부쟁이 밥상을 개발하면서 정부와 여러 기관에서 농업기술과 관련한 상까지 받고 있어요.”

 

 전남 구례는 한때 인구가 78000여 명이 넘었지만 1970년대 들면서 마을 사람들이 한해 1000명씩 도시로 떠났다. 인구 감소가 멈춘 것은 2000년대 들면서다. 20165월 말 현재 2700여 명. 귀촌·귀농인들은 매년 100명씩 늘고 있다. 2012102명에 불과하던 구례 귀농·귀촌 인구는 20165월 말 현재 2088명으로 4년 사이 20배나 증가했다

 

 ■ 구례가 젊어지고 있다 

 “극장이 2개나 생겼어요. 서울에서 하는 개봉영화도 보고, 수제맥주도 마시고.” 구례군청 김인호 팀장은 공부하러 큰 도시로 나갔던 청년들이 다시 돌아오는 농촌이 바로 구례라고 말했다.

 

 용방면 죽정마을에 있는 자연드림파크는 유럽의 소도시처럼 세련돼 보였다. 2014년 생쿱이 45000여평 허허벌판에 문화산업단지를 조성했는데 뾰족하고 붉은 지붕을 가진 건물들이 마치 독일에 온 듯 착각을 불러왔다. 이곳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평균 연령은 38. 최첨단 공장 11곳은 500여 명의 젊은이들이 쌀 도정과 제분, 과자와 라면, 빵과 만두 등을 정성스럽게 만드는 작업장이었다. 또 다른 8개 건물은 영화관과 북카페, 수제맥주점, 커피전문점, 한식당, 레스토랑, 게스트하우스 등이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었다

 

 ■ 오랜 세월을 지켜온 구례 

 오산(鼇山)을 마주 보고 사는 상사마을로 향했다. 구례사람들은 오산자락에 살면 평생 고생 없이 산다고 한다. 상사마을에는 오래된 고택과 한옥들이 모여있다. ‘구름 위를 나는 새도 돌아온다는 운조루는 고풍스러웠다. 조선후기 건축양식을 간직한 운조루에 가면 타인능해라는 글자가 붙은 나무쌀독이 보인다. 운조루는 흰쌀 두 가마니 반이 들어가는 독을 행랑채에 두어 누구나 끼니를 해결할 수 있게 가져가도록 했다. 300년 전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실천한 양반집 마당은 고즈넉했다. 오랜 세월 달빛에 젖은 처마, 햇빛이 가득한 장독대, 풀 한포기,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어 보였다

 

 “사성암에 가면 구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요. 도선, 원효, 진각, 의상대사가 도를 닦아 사성암이라고 합니다.” 

  빼어난 산세 사성암 기암절벽에 우뚝한 약사전(오른쪽)과 극락전.

  빼어난 산세 사성암 기암절벽에 우뚝한 약사전(오른쪽)과 극락전.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우뚝 서 있는 사성암은 당당해 보였다. 돌계단을 한참 올라 구례 전경을 사진 한장에 담았다. 지리산자락은 잔잔한 파도 같았고 섬진강은 한겨울에도 눈부셨다. 조선시대 지리학자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사람 사는 곳에 경치가 아름답고 물산이 풍부하여 소출이 넘쳐나면 인심 또한 자연스레 넉넉하게 마련이라고 했다. 억겁의 세월을 버틴 지리산은 변함이 없었고 구례는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했다

 

·사진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2017.12. 22 경향신문)

 

내가 본 구례

 

 구례에 대해 처음 느낌을 가진 것은 20대 후반 절에 가서 몇 달 공부를 할 요량으로 절(암자)을 답사했던 때다. 구례군 광의면 천은사 부근 농수로에 흐르는 맑은 물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여 잊지 못한다.

 그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2005년 구례에서 12개월 근무했다. 사무실 창밖으로 눈 쌓인 노고단을 바라보면서 히말리아의 장엄한 설봉을 상상했으며 은퇴를 앞두고 전원생활을 설계하면서 구례읍과 넓은 들이 내려다보이는 구례군 광의면에 토지를 마련하려고 했는데 지금 정착한 순천의 땅이 먼저 가격조정이 되어 구례로 가지 못했다.

 구례에서 근무하는 동안 구례는 '미래의 땅이 될 것이며 대기업이 구례땅에 대규모 전원도시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국민소득 2만물 시대에는 물을 사먹으며 3만불 4만불 시대에는 전원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글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우리는 이미 생수를 사먹고 있고 아파트가 더 이상 재산증식의 수단이 되지 않고 정상으로 간다면 언젠가는 전원주택이 크게 각광을 받게 되리라는 기대도 있다. 전원주택지로서는 구례만큼 한 땅이 드물다고 생각하며 능력만 되면 구례땅을 좀 갖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구례 인심은 내가 보장한다. 구례사람들은 전라도 어느 곳보다 순박하고 인심이 후하다. 구례를 떠난 지 12년이 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구례 사람들과 끈끈하게 인연을 계속하고 있다.

 특별히 남두성 전 지부장님, 최낙춘 현 지부장님, 오상호 실장님께 감사드립니다. ~!

 (2017.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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