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 문화예술 66

일본에선 조센징, 한국에선 이방인 이타미 준

일본에선 조센징, 한국에선 이방인 이타미 준(건축가, 1937-2011) 제주의 일본 건축가들 제주도에 일본 건축가의 작품이 많다. 동쪽 섭지코지에 있는 유민미술관이 대표적이다. 매표소 입구에 들어선 순간 여정은 시작된다. 전시회 본관까지 가는 길에는 제주 자연을 주제로 한 정원이 있다. 걷다 보면 현무암 돌담이 나온다. 돌담 중간에 가로로 길게 난 창으로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제주 자연을 사려 깊게 반영한 유민미술관은 일본 건축 거장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다. 동쪽에 유민미술관이 있다면 서쪽엔 '방주교회'가 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제주처럼 이 교회도 잔잔한 연못 위에 세워졌다. 수면에 두둥실 떠 있는 조각배 같은 교회다. 지붕은 금속판으로 뒤덮여 있다. 거기엔 시시각각 변하는 제주 하늘 표정이 담긴다..

그럼에도, 사랑의 색을 칠하다

그럼에도, 사랑의 색을 칠하다 마르크 샤갈 (1887-1985) 샤갈과 그의 아내 벨라(1923) 사랑의 순간 마르크 샤갈 그림엔 사랑에 빠진 연인이 등장한다. 그들은 기쁜 마음을 주제하지 못하고 붕 떠오른다. 샤갈 그림이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마법 같은 ‘사랑의 순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샤갈의 별명도 ‘사랑의 화가’다. 낭만적인 그림을 많이 남긴 샤갈의 삶은 작품과 달리 풍파로 가득했다. 소나기가 샤갈만을 따라다니는 듯했다. 불행을 달고 살았던 샤갈은 어떻게 사랑의 화가가 됐을까.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이 남긴 이 말은 샤갈의 삶을 묘사하는 정확한 문장이다. 샤갈의 인생은 비극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삶을 멀리서 바라보고 슬픔 속에서도 기..

시대에 맞선 신여성 ‘나혜석'

선구적 정신이 지핀 불꽃 시대에 맞선 신여성 ‘나혜석'을 만나는 길 수원의 명물인 화성은 조선시대 정조가 만든 계획도시입니다. 수원 화성에서 4km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효원공원은 효심이 깊었던 정조를 본받아 효를 테마로 조성된 공원입니다. 도심 속 쉼터 같은 공간으로 가볍게 산책하기 좋은 공원 안에는 이런저런 동물로 변신한 정원수와 독특한 분위기의 중국전통정원(월화원)이 있어 볼거리가 쏠쏠합니다. 공원 앞에 길게 펼쳐진 보행자 전용 거리는 나혜석거리입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앉은 나혜석도 있고 화구를 들고 서 있는 나혜석도 있습니다. ‘나혜석거리'를 따라 카페와 음식점이 몰려 있어 수원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곳이지만 정작 이 거리에 왜 나혜석이란 이름이 붙었는지, 거리의 주인공인 나혜석이 어떤 여..

흑사병이 미술의 존재양식을 변화시키다

흑사병이 미술의 존재양식을 변화시키다 흑사병은 1347년 겨울 시칠리아에 상륙한 후 곧 이탈리아 중북부 지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1348년 봄부터 피사, 피렌체, 시에나 같은 중부 내륙의 도시들을 차례대로 괴멸시켰고 곧이어 유럽 구석구석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갔죠. 2년 반 만에 유럽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천5백만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올 정도로 유럽을 송두리째 파괴시켜버리고 말았습니다. 흑사병은 눈만 마주쳐도 옮는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전염력이 높았을 뿐 아니라 치사율도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흑사병이 퍼지기 시작하던 시기의 기록에 따르면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사망률은 거의 100퍼센트에 가까웠다고 해요. 병의 증상은 여러 기록에서 일관되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환자는 짧으면..

돌아온 탕자

돌아온 탕자 렘브란트(1606~1669, 네델란드) 「돌아온 탕자」 렘브란트의 말년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돌아온 탕자」가 있습니다. 남루한 행색으로 무릎을 꿇고 아버지의 품에 안긴 모습입니다. 아마 렘브란트는 말년에 생을 되돌아보면서 아버지 품에 안긴 탕자 이미지에 자신을 투영했을 것입니다. 렘브란트뿐만 아니라 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 대부분이 탕자에게 자기 자신을 이입합니다. 네덜란드의 유명한 성직자이자 신학자 헨리 나우웬은 『탕자의 귀향』이라는 책에서 생각을 일깨우는 해석을 보여줍니다. 그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예르미타시 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를 직접 보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봅니다. 그의 책에 따르면 이 그림의 주인공은 세 명입니다. 탕자뿐만 아니라 맏아들 장자와 아버지도..

도무스

로마 부유층의 생활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곳 폼베이의 도무스(A.D 79 베수비오 화산 분화) 고대 로마인은 어떻게 생활했을까요? 도무스(비교적 부유한 층의 도시주택)로 불린 그들의 주택에는 대개 아트리움이 있었습니다. 이 아트리움은 중앙에 수조가 있고 천장에 천창(콤픞루비움)이 뚫린, 하늘로 활짝 열린 공간이었습니다. 고대 로마시대에는 욕장과 공공시설을 비롯한 도시 전반에 상수도가 설치되어 있었으나, 수돗물이 공급되지 않는 집에서는 빗물을 생활용수로 쓰기도 했습니다. 또 도무스는 벽을 공유하는 형태로 나란히 지어져 창문이 없었으므로 콤플루비움(천창)으로 채광을 했습니다. 아트리움은 이처럼,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과 빛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도무스에서는 현관, 아트리움, 주인이 손님을 접..

추사관 & 건축가 승효상

추사관 & 건축가 승효상 추사 김정희 선생은 1786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집안은 고조부가 영의정을 지냈고 증조부 김한신이 영조의 둘째딸 화순옹주와 결혼하여 월성위에 봉해지기도 했던 명문 경주 김씨가로, 지금도 예산에는 당당한 규모의 추사고택이 남아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대학자와 명필의 소질을 보여준 그는 북학의 대가 박제가에게 학문을 배우기도 합니다. 24세 때 생원시에 합격했는데, 바로 그해 아버지가 중국 연경으로 가는 동지부사로 임명되자 김정희도 자제군관 자격으로 연행길에 동행합니다. 그는 북경에서 당대 최고 석학들을 만납니다. 특히 완원과 옹방강과의 만남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고 그들 역시 김정희의 재능에 감탄합니다. 추사만큼 많이 썼던 완당이라는 호도 이때 만난 완원을 존경하는 뜻에..

일두고택에서 정여창으로부터

일두고택에서 정여창으로부터 조선시대에는 '좌안동 우함양'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낙동강을 기준으로 경상도 동쪽의 안동과 서쪽의 함양에서 학문이 뛰어난 선비가 많이 배출되었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선비의 고장 함양의 여러 마을 중에서도 개평마을은 깊은 역사를 이어 온 양반 마을로 유명합니다. 오늘은 함양 일두고택으로 떠나 조선시대 양반 가옥을 살퍼보고, 실천 유학과 백성을 위한 정치를 강조하며 조선 성리학을 발전시킨 정여창 선생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집은 비바람과 추위 같은 외부환경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구조물로, 당시의 사회 사상과 집주인의 개인 철학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구현됩니다. 전통 한옥에는 나무를 사용하여 기둥과 보 등으로 구성되는 구조체를 만들고 지붕에는 기와나 짚풀..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 4일 덕수궁서 개막 이중섭의 ‘시인 구상의 가족’(1955, 종이에 연필·유채, 32×29.5㎝, 개인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955년 1월. 일본에 있는 가족과 다시 만날 날을 꿈꾸던 이중섭은 개인전이 경제적 실패로 돌아가자 가족과의 재회를 포기할 정도로 절망에 빠진다. 거처마저도 마땅 찮았다. 정신적·육체적으로 고단하던 때, 그래도 든든한 버팀목은 오랜 친구인 시인 구상이었다. 작품 ‘시인 구상의 가족’은 그가 구상의 왜관 집에 머물 때 그린 것이다. 구상이 아들에게 자전거를 사 태워주는 모습을 몹시 부러워했을 이중섭은 화면 한 쪽에 연약한 자신의 옆 모습을 그려 넣었다. 1934년, 시인 이상은 서울 종로에 다방 ‘제비’를 열었다. ‘살롱 문화’..

달동네 달이 떴네…그 속에 꽃이 피었네

달동네 달이 떴네…그 속에 꽃이 피었네 전남대학교 병원 갤러리 김성대 초대전 ‘달과 꽃의 화가’로 알려진 김성대 작가가 전남대학교병원 갤러리에서 6번째 개인전을 갖는다. 전남대병원 갤러리 초대전이다. 오는 7일부터 10월 4일까지 열릴 전시회엔 ‘달에 핀 꽃’을 주제로 30여점이 내걸린다. 전시작은 2017년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것들이다. 이번 전시에서 김 작가는 특유의 달동네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들을 스토리텔링화해 관람객들과 공감할 계획이다. 글을 쓰는 작가는 단상(斷想)을 쓰든, 시를 쓰든, 소설을 쓰든, 그것은 결국 자기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자기 삶의 이야기를 화폭에 담는다. 김 화가도 마찬가지다. 자기 삶의 이야기를 ‘달’ · ‘달동네’ · ‘꽃’ 등으로 표현해 화폭에 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