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 문화예술 66

다시, 미학이 아닌 윤리의 시대

다시, 미학이 아닌 윤리의 시대 2000년 개최된 제7회 베니스건축비엔날레 포스터 100년 전 스페인독감의 창궐은 인간의 이성·합리를 앞세우며도시를 기능·효율 중심으로 바꿨다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치고 도시화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윤리 건축’ ‘윤리 도시’ 명제가 뉴노멀 시대의 바탕이 돼야 한다 지난해 12월14일자의 타임지는 숫자 2020을 크게 쓰고 그 위에 붉은색 가위표를 덧댄 후 아래에 “THE WORST YEAR EVER”라고 쓴 도발적 이미지의 표지로 발간되었다. 사상 최악의 해, 마치 저주를 퍼부은 듯한 이 표지 디자인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였을 게다. 전대미문? 아니다. 타임지의 진단이 민망하게도 이보다 더한 위기가 100년 전에 이미 있었다. 바로 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독감이다. ..

메디치 가문과 피렌체

메디치 가문과 피렌체 꽃의 도시 이탈리아 피렌체 , 한국강사신문 꽃의 도시 피렌체는 르네상스 시대를 가장 먼저 꽃피우고 발전시켰던 도시다. 예술과 학문의 도시 피렌체의 찬란한 역사는 세계역사와 문화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거리를 걷다보면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도시 전체가 정교한 예술품으로 꽉 찬 느낌이다. 웅장한 건물과 천재들이 지어놓은 도시 곳곳의 신비와 황홀은 마치 박물관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거리곳곳에 있는 모든 것이 신기하다. 이 도시는 메디치 가문이 이루어놓은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메디치 가문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관계된 글도 많이 읽었다. 메디치가를 알면 알수록 세상을 사는 이치를 배우게 되는 흥미로운 가문(家門)이기도 하다...

서양미술 개론

서양미술 개론 미술사 흐름도 고대미술 고대 그리스 로마미술 기원전 4천년 경 이집트에 이르면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육체를 떠나 다른 삶을 누린다고 믿었는데 이러한 사후관은 이집트 미술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대신 영원성을 담아내도록 이끌었다. 그래서 어떤 화가들의 사명은 죽은 자의 영혼이 생활하기 위한 묘실 안에 현세를 재현하는 것이었다. 이집트의 벽화, 피라미드, 스핑크스 이러한 영원성을 반영한 종교적 미술작품의 예다. 아름다움을 대상으로 하는 본격적인 작품은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된다. 그리스에 와서 예술은 독자적인 가치로서 목적 그 자체였던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미술작품은 조각이나 건축에서 성과가 컸다. 파르테논 신전이나 에렉테움 신전이 이를 대표한다. 그리스 미술이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었던 것..

흐르는 강물처럼

흐르는 강물처럼 예술은 왼손에서 탄생한다 왼손잡이 강변 풍경이 몹시 수려한 시골 마을의 장로교 목사에게 두 아들이 있다. 목사는 몸소 두 아들에게 두 가지 공부를 시킨다. 하나는 낚시이고 다른 하나는 글쓰기이다. 낚시는 창조주인 신의 리듬을 깨닫는 공부요, 글쓰기는 신의 뜻을 깨우치는 공부라는 이유에서다. 글쓰기에서 아버지가 강조하는 것은 간단함과 명료함이다. 그래서 아들들이 글을 써오면 그것을 반으로 줄이라며 돌려보내고 반으로 줄여서 고쳐오면 거기서 반으로 줄이라고 요구하며 돌려보내곤 했다. 낚시 공부는 더 특이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실전에 임하기 전에 상당한 시간 동안 집 뒷마당에서 메트로놈의 네 박자에 따라 열시와 두시의 시침 방향 사이로 낚싯대를 춤추듯 휘두르는 동작부터 익힌다. 목사에 따르면 ..

빈자의 미학

빈자의 미학 멕시코의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에게 있어, 그가 구축한 벽은 노스텔지어이며 그 벽으로 한정된 공간은 침묵이다. 그가 이야기하길 “고독함과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만 인간은 스스로를 발견한다. 고독은 참 좋은 반려이며 나의 건축은 그것을 두려워하거나 피하는 이에겐 부적절한 것이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남부럽지 않은 교육을 받은 그가 자신의 죽음에까지 가져간 고독, 그리고 그로부터의 침묵은 멕시코의 이글거리는 태양과 거친 평원과 또 자신 스스로와 무슨 관제를 가지고 있었올까. 피트 몬드리안(1872-1944), '브로드웨이 부기우기' (1943) 1943년 뉴욕에서 그린 만년의 대표작. 김환기(1913~1974)가 만년에 뉴욕에서 그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970) 그의 초기 작..

김선현 / ‘그림의 힘’ 중에서

나도 의욕적으로 일하고 싶다 장 조프루아 Henny-Jules-Jean Geoffroy 교실, 공부하는 아이들 The Chilidren‘s Class 인간은 관계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사회적 환경에 심리적인 동기가 영향받기도 합니다. 그중 단순히 다른 사람의 존재로 인해 나의 수행이 향상되는 현상을 '사회적 촉진 Social facilitation'이라고 합니다. 방해요소가 있는데도 굳이 사람 많은 도서관을 찾아가거나, 커피숍에서 이어폰을 끼고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저절로 집중되는 경험을 한 번쯤 해보였을 것입니다. '사회적 촉진'이라는 용어를 정립한 사회심리학자 플로이드 올포트 Ployd Allport는 단순히 다른 사람의 존재에서 비롯한 시청각적 자극만으로도 능률이 향상된다고 말합니다. 공..

시적으로, 인간은 거주한다

시적으로, 인간은 거주한다 건축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내가 믿기로는 그 건축물이 서는 땅이다. 이 땅과 관련한 ‘지문’이라는 단어가 요즘 내 건축의 중요한 화두며, 지난 일년 동안 써온 이 칼럼의 주제어이기도 했다. 지난 글을 통해 나는 서양과 우리의 도시에 대한 차이를 역사적 맥락을 통해 설명했다. 서양인들은 도시를 머릿속에서 구상하고 이를 평지에서 실현했지만, 우리의 선조들은 땅을 먼저 이해해서 그 생리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으며, 그 맥락을 다치지 않도록 가만히 마을의 구조를 얽고 섞는다고 했다. 지맥과 산수, 명당이 그런 말이며 배산임수가 그런 연유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로마군단 캠프가 유럽 중요도시들의 원형으로서, 표준화된 도시는 결국 땅과는 무관한 다이어그램이었으며, 그 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옛날부터 그림과 시는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 시는 모양이 없는 그림이고, 그림은 소리가 없는 시라는 말도 있었다. 이번에는 그림 이야기를 통해 시를 이해하는 공부를 해보기로 하자. 시인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직접 하지 않는다. 사물을 데려와서 사물이 대신 말하게 한다. 그러니까 한 편의 시를 읽는 것은 시인이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않고 시 속에 숨겨둔 말을 찾아내는 일이다. 이것은 숨은그림 찾기 또는 보물찾기 놀이와도 비슷하다. 이 점은 화가도 마찬가지다. 화가는 풍경을 그리거나 정물화를 그린다. 이때 화가는 화면 속에 자신의 느낌을 직접 표현할 수가 없다. 그림은 사진과 다르다. 화가는 색채나 풍경의 표정을 통해 자기 생각을 담는다 . 이제부터 살펴볼 몇 가지 이야기는 ..

‘공간이 만든 공간 / 유현준’ 중에서

‘공간이 만든 공간 / 유현준’ 중에서 컴퓨터의 경우, 일반적인 가정용 개인 컴퓨터도 직렬이 아닌 병렬로 연결하게 되면 슈퍼컴퓨터의 능력을 갖게 된다. 같은 원리로, 평범한 인간의 뇌도 병렬로 연결하면 집단은 개개인의 능력보다 훨씬 더 큰 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뇌는 컴퓨터처럼 전선 케이블로 연결할 수 없다. 대신 인간의 뇌 사이를 병렬로 연결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케이블이 있다. 바로 '언어'다. 언어가 발달하면서 인간은 주변 사람들과 고도의 의견 교환이 가능해지게 되고 집단의 두뇌 간 시너지 효과가 커지게 되었다. 언어를 통한 뇌의 병렬연결은 단위 면적당 인구수가 늘어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수렵 채집 시기에 10제곱킬로미터의 면적에 수십 명이 살았다면, 건..

시간으로 빚어내다

시간으로 빚어내다 세월의 흐름에 따른 풍화현상을 자연스럽게 건축의 표정으로 승화시킨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이엔코르프 백화점. 출처:구글맵 인간의 노화와 마찬가지로 건축은 완성된 순간 절정을 맞이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풍화작용으로 퇴화해 결국 소멸에 이른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의해 건축물은 점차 침식되고 그 위에 공기 중의 오염물이 층층이 집적된다. 한편 이러한 빼기(침식)와 더해짐(오염)은 모두 그 건축물에 새겨진 소중한 삶의 흔적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건축은 마감으로 완성되나 시간은 다시 건축물을 마감하기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내외부의 재료 마감을 건축물 완성의 최종단계로 보는 것은 잘못된 시각이다. 건축학자 모센 모스타파비에 따르면 건물을 사용하기 시작함에 따라 시작되는 다양한 풍화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