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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認知) 부조화

인지(認知) 부조화 1950년대 중반 미국 미네소타대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가 신분을 속이고 종말론 집단에 끼어들었다. 지구가 대홍수로 멸망하고 외계 신(神)을 믿는 사람만 구원 받는다고 믿는 집단이었다. 예고된 멸망 시간이 지났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교주는 "신이 신자들 열성에 감동해 세상을 구원하기로 했다"고 했다. 신자들은 예언이 빗나간 데 실망하거나 분노하기는커녕 열광하며 축제를 벌였다. ▶ 페스팅거는 상식과 어긋나는 종말론자들 심리를 설명하기 위해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이론을 만들었다. 인간은 자신이 믿는 것과 실제 일어난 일이 다를 때 '부(不)조화'의 좌절을 겪는다. 그 고통을 줄이고 극복하려면 믿음과 현실, 둘 중 하나를 바꿔야 하지만 현실을 바꾸기..

목민심서(牧民心書)

목민심서(牧民心書) 몸이 마비되어 불구가 된 것을 한의학에선 불인(不仁)이라 이르니, 인(仁)이란 곧 혈기가 잘 순환되는 건강 상태를 뜻한다. 역시 유교의 키워드 ‘인’도 국가의 기운이 막히지 않고 원활하게 소통되는 상태라고 봐도 좋다. 그렇다면 유교정치의 성패는 곧 ‘소통’에 사활이 걸린다. 퇴계 이황이 지방 수령의 역할을 “임금의 뜻을 아래에 베풀고, 백성의 원망을 위로 전달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그 불능을 자책하며 물러나기를 청한 것도 이런 맥락위에 있다. 지방 행정 가이드북이자 매뉴얼 다산 정약용은 당시 나라를 중풍이 들어 온몸이 마비된 위급 환자로 진단했다. 이에 그 긴급 처방으로 내놓은 것이 48권 16책으로 이뤄진 ≪목민심서≫다. 이 책은 곧 국가 건강 진단서요. 또 각 분야 질환에 대한 구..

남한산성

남한산성 한밤중에 임금은 어두운 적막의 끝 쪽으로 귀를 열었다. 적막은 맹렬해서 쟁쟁 울렸다. 적막의 먼 쪽에서 묘당의 들끓던 말들이 몰려오는 듯싶었다. 말들은 몰려왔는데 들리지는 않았다. 바람이 마른 숲을 흔들어 나무와 눈이 뒤엉켰다. 눈에 눌린 나뭇가지 찢어지는 소리가 장지문 창호지를 흔들었다. 바람이 골을 따라 휩쓸고 내려가면 바람의 끝자락에서 나무들이 찢어졌다. 새벽마다 내관이 나인을 깨워 내행전 아궁이에 장작을 밀어 넣었다. 밝음과 어둠이 꿰맨 자리 없이 포개지고 갈라져서 날마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었다. 남한산성에서 시간은 서두르지 않았고, 머뭇거리지 않았다. 군량은 시간과 더불어 말라갔으나, 시간은 성과 사소한 관련도 없는 낯선 과객으로 분지 안으로 흘러 들어왔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김훈 소설 2008.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