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줄 알아야
信言不美 美言不信
신언불미 미연불신
진실한 말은 꾸임이 없고
꾸미는 말은 진실이 없다
- 노자 -
노자는 <도덕경>에서 말에 대한 많은 깨우침을 전하고 있다. 유교의 대표적 인물인 공자가 말의 신중함과 더불어 꾸밈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데 반해, 노자는 엄격하게 말의 진실함을 요구한다. 이 명구와 함께 <도덕경>에 실려 있는 ‘지자불언 언자부지 知者不言 言者不知’,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는 말은 그 대표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말은 우리 생각과 사상을 표현해주는 가장 소중한 도구다. 표정이나 몸짓 등 비언어적으로 우리를 표현할 수도 있지만, 내 뜻을 분명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말을 통해야 한다. 내면의 충실한 지식과 탄탄함도 말을 통해서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말은 곧 그 사람 자신이다.’라고 한다. 또한 말은 한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는 데도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옛날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오늘날도 말 잘하는 사람이 성공하고, 말을 통해 멋지게 의사표현을 하는 사람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리더에게는 말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고 판단하는 능력 또한 매우 필요하다. 나의 눈앞에서 하는 말이 과연 진실한 말인지, 아니면 패망으로 이끄는 말인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논어>에서 이야기하는 ‘교언영색 선의인 巧言令色 鮮矣仁’이 바로 그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겉으로 보기에 번드르르한 말과 꾸미는 행동거지를 하는 사람 가운데 진실한 경우는 드무니 경계해야 한다.
중국 최고의 역사책으로 꼽히는 <사기>를 보면 다음과 같은 역사적인 장면이 나온다.
환관 조고는 진시황이 죽자 그 조서를 위조해 어리석은 호해를 이세 황제의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권력을 잡아 전횡을 휘두르자 원한을 품고 그를 줄이려는 자가 많아졌다. 조고는 이세 황제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천가가 존귀한 까닭은 단지 목소리만 들을 뿐 신하 가운데 누구도 천자의 얼굴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폐하께서는 아직 젊으셔서 모든 일에 통달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조정을 다스리다가 만약 부정한 일이라고 있게 되면 신하들에게 단점을 보이게 되고, 천하에 그 영명함을 떨칠 수 없습니다. 폐하께서는 궁궐에 편히 계시고, 저와 법을 관장하는 신하들이 업무를 관장하도록 윤허해주십시오. 이렇게 하면 신하들이 감히 어렵고 힘든 일을 올리지 못할 것이고, 천하는 폐하를 성군이라고 칭할 것입니다.”
이세황제는 그 말을 윤허했고, 궁궐 깊숙이 기거하면 신하들을 만나지 않았다. 황제의 곁에는 늘 조고가 있어 권력을 자기 마음대로 휘둘렀고, 모든 일이 조고에 의해 결정되었다. 그러면 이세황제는 천하의 성군으로 불리며 나라를 잘 다스렸을까? 이세황제는 우리가 잘 아는 ‘지록위마 指鹿爲馬’의 고사에 등장한다. 조고가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해도 아무 반론도 못하는 꼭두각시 노릇을 하다가, 나라에 반란이 심해지자 조고로부터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달콤하기만 하고 진실하지 못한 말에 귀를 기울이다가 자신도 죽고 아버지 진시황이 힘들어 창업했던 나라마저 망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인간은 달콤한 말과 행동에 끌리기 마련이다. 듣기 거북한 말을 피하고 싶은 것 또한 본능이다. 하지만 말의 홍수 시대인 오늘을 살기 위해서는 진실한 말과 거짓을 분간할 수 있어야 한다. 듣기 거북한 말이라고 해도 그 말 속에 담긴 진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명심보감 明心寶鑑>에서는 “나에게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은 도둑이요, 나쁘게 말하는 사람은 스승이다.”라고 했다.
만약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을 쉽게 분간하기 어렵다면, 그의 말이 얼마나 내 귀에 달콤한지로 판단하면 된다. 듣기 좋은 말로 미혹시키려는 사람이 있다면 “진실한 말은 꾸밈이 없고 꾸미는 말은 진실이 없다.” 이 말을 통해 무겁게 경고해야 한다.
조윤제 / ‘천년의 내공’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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