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현상과 이데아

송담(松潭) 2022. 12. 18. 20:04

현상과 이데아

 

 

플라톤은 세상을 현상계와 이데아계라는 두 세계로 구분합니다. 현상계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고 감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변화의 세계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지요. 반면 이데아계는 고정되어 있어 불변하는 세상입니다. 그곳은 참된 진리의 세계입니다. 진리는 변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 진리를 품고 있는 세계가 따로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현상계에서 우리는 숨을 쉬고 낙엽을 밟고 버스를 타고 일을 합니다.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을 우리는 눈, 코, 입 등의 오감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현상은 우리의 감각으로 알 수 있는 세계입니다. 반면 이데아는 감각으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감각으로 파악할 수 없다면 무엇으로 알 수 있을까요? 이성입니다. 변하지 않는 진리인 이데아는 이성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성이라는 말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논리적인 생각'이라는 말로 바꾸어도 좋을 듯합니다. 이데아의 세계는 감각이 아닌 이성 혹은 관념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플라톤의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정삼각형을 그려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원하는 도구를 자유롭게 사용해서 정삼각형을 그려 보시기 바랍니다. 컴퓨터를 사용해도 좋습니다. 단 정확한 정삼각형이어야 합니다. 과연 그릴 수 있을까요? 비슷하게는 그릴 수 있지만 완벽하게 그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세 변의 길이가 똑같아야 하는데 종이에 그리는 순간 오차라는 것이 생기게 됩니다. 아무리 정확히 그리려고 해도 똑같은 길이의 변을 만드는 것은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그린 정삼각형들은 실제로 정삼각형이 아닙니다. 정삼각형이라고 가정할 뿐이죠. 이것이 현상계입니다. 완전한 정삼각형은 없습니다.

 

완벽한 정삼각형이 가능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의 머릿속입니다. 우리는 정삼각형이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머릿속에서는 가능합니다. 현실세계에서 정삼각형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머릿속에 정삼각형이라는 관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관념의 세계를 이데아라고 부른 것입니다.

 

이데아는 현상보다 중요합니다. 변치 않는 진리의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플라톤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상계는 이데아계의 그림자, 복사된 것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완벽한 것이 이데아계에 있기 때문에 그것을 본떠서 현상계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플라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사람은 완벽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아레테를 완성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사람이나 사물의 가장 훌륭한 상태를 아레테라고 했습니다. 곧 이데아입니다. 소크라테스의 표현을 빌리면 진리입니다. 이데아계에 진리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진리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세계에서 그 진리를 실천하면서 사는 것이야말로 올바른 삶이고 그것이 곧 아레테를 실현하는 삶이 될 수 있습니다. 가장 훌륭하고 탁월한 상태인 아레테, 진리, 이데아를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인간에게 필요하고 중요한 삶입니다.

 

안상헌 / ‘미치게 친절한 철학’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