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詩, 글

순천만 습지 (2022.12.11)

송담(松潭) 2022. 12. 11. 18:05

 

 

순천만 습지 (2022.12.11)

 

 

오랫만에 순천만 습지를 찾았는데 초겨울의 풍경이 아름다웠습니다.

 

창공에 철새들이 날면서 우는 소리까지 들렸습니다.

 

KakaoTalk_20221211_172102408.mp4
8.82MB

 

 

와온 바다 / 곽재구

 

해는

이곳에 와서 쉰다

전생과 후생

최초의 휴식이다

 

당신의 슬픈 이야기는 언제나 나의 이야기다

구부정한 허리의 인간이 개펄 위를 기어와 낡고 해진 해의 발바닥을

주무른다

 

달은 이곳에 와

첫 치마폭을 푼다

은목서 향기 가득한 치마폭 안에 마을의 주황색 불빛이 있다

 

등이 하얀 거북 두 마리가 불빛과 불빛 사이로 난 길을

리어커를 밀며 느릿느릿 올라간다

 

인간은 해와 달이 빛은 알이다

 

알은 알을 사랑하고

꽃과 바람과 별을 사랑하고

 

삼백예순날

개펄 위에 펼쳐진 그리운 노동 음악

 

새벽이면

아홉 마리의 순금빛 용이

인간의 마을과 바다를 껴안고 날아오르는 것을 보았다

 

 

* 시인 곽재구

1954년 광주에서 출생하여 전남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사평역에서>로 당선된 이후 시집「와온바다』, 산문집 『포구 기행」 「시간의 뺨에 떨어진 눈물』등을 발표하는 등 한국시단의 중견 시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국립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교수로 재직하면서 후진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