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詩, 글

닮고 싶은 사람

송담(松潭) 2022. 9. 26. 14:39

닮고 싶은 사람

 

 

 

 

그 사람은

나를 위해 먼저 노력하는 사람이었고,

나에게 매 순간 최선의 배려를 건네는 사람이었으며,

나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변화시키는 사람이었고,

자꾸만 내게 행복을 선물하는 사람이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누군가를 향해 먼저 뻗는 손길에는 배려가 숨어 있고,

누군가를 향해 먼저 내딛는 걸음에는 희생이 묻어 있고,

누군가를 항해 먼저 건네는 마음에는 용기가 담겨 있다는 것.

 

그런 사람의 행동에는

나를 향한 진심 외에 어떤 목적도 존재하지 않기에

나 또한 같은 마음을 전하고 싶어진다.

 

그런 사람이 있다.

자신이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

누군가를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사람이 있다.

참 닮고 싶은 사람이 있다.

 

 

< 2 >

 

미워하지 않을 용기

 

 

삶을 걷다 보면 자꾸만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여러 잡음을 만나게 된다. 이유 없이 나를 헐뜯는 소리. 멋대로 나를 재단하는 눈빛. 악의적인 소문. 확신 섞인 오해 등등...... 이러한 것들을 마주하고 언제나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내게도 그런 순간들이 적지않게 찾아왔다. 나는 그때마다 적절히 마음을 다스렸을까. 돌이켜 보면 그렇지 못했던 때가 대부분이었다. 때로는 그런 잡음에 흔들리기도 했고, 나를 공격하는 대상을 마음을 다해 미워하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런 미움을 품을수록 나는, 자꾸만 병들어 가는 나의 마음을 발견하곤 했다. 그리고 그런 미움이 내 마음에 모난 부분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내 자신에게 무척이나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미움은 결코 나를 강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미움은 독약과 같아서, 그것을 품은 사람을 상하게 한다. 미움은 그렇게 공평한 모습으로 누군가의 마음에 머문다. 스스로 마음에 미움을 새겨 넣어 자신을 괴롭게 만들 필요없다. 그런 잡음에 의해 모난 모습의 내가 될 필요 또한 없다. 마음에 미움을 두지 않는 것. 그것은 어쩌면 진정 강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어쩌면 이유 없는 미움에 대처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그 모든 잡음을 철저히 무시한 채 나만의 행복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가고 나를 가슴 뛰게 하는 것들을 향하고 나를 사랑해 주는 이들과 함께하며 구김 없는 행복을 만나는 것이다. 자신을 공격하는 여러 말들에 마음 쓰지 않기를. 미움이 나를 흔들수록 나만의 행복을 더욱 짙게 만들어 가기를. 나만의 길 위에서 나만의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굳건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 3 >

 

시절인연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잘 지내세요?"

 

여행길에 잠시 동행했던 사람이 건넨 마지막 말이 간혹 마음에 맴돈다. 언제부턴가 여행길에 우연히 만나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헤어질 때면, 적절한 인사말을 고민하게 된다. 언제 다시 만나자며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고 싶지도 않고, 지금의 아쉬움으로 인해 섣부른 감정을 내뱉고 싶지도 않다.

 

몇 번의 여행이 있었고, 그때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 인연이 끝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인연들은 그 시간들을 한때의 추억으로 남긴 채각자의 삶으로 흩어졌다. 짧지만 소중했던 시간 속 주고받았던 깊은 대화들은 각기 다른 일상 속에서 각자의 의

미로 간직된다. 때로는 순간의 인연으로 끝나버렸다는 사실이 무척 서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에 다시 약속을 잡게 되더라도, 그때 그 장소에서 나누던 온기를 되살리기란 쉽지 않음을 안다. 각자의 마음속 많은 것들이 달라졌기 때문에.

 

불가에는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한 시절 서로에게 머물렀던 인연이라는 뜻이다. 누군가는 이 단어를 무척 아프게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저 한 시절 서로에게 머물렀을 뿐인, 결국 최후까지 함께하지 못했던 인연, 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 단어가 무척 애틋하게 다가온다. 모든 인연이 끝까지 내 곁에 남아있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각기 다른 정답을 찾아 헤매던 우리가 만났던 그때,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서로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지던 그때. 다시 만날 수 없는 그 시절의 우리. 그런 우리가 지나간 인연이 되었다는 사실이, 간혹 마음 아프게 다가오지만, 지난 인연들을 떠올릴수록 분명해지는 사실은, 서로의 마음을 포개며 온기를 나누던 순간이 우리에게도 있었다는 것이다.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을지라도, 예상치 못한 일들로 멀어지게 되었을지라도, 그 인연은 부족했던 것이 아니다. 어느 한 시절을 따스히 채워준, 그것으로 충분히 그 역할을 다 한, 시절인연이다.

 

한 시절을 함께했던 이들을 떠올리며 가만히 속으로 중얼거려본다.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잘 지내세요.

 

 

정한경 / ‘당신이라는 기적’(북로망스 출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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