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詩, 글

그런 친구 하나

송담(松潭) 2021. 11. 3. 14:28

그런 친구 하나

 

 

언젠가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매년 누군가 2천만 원의 돈을 건네준다면 2퍼센트의 행복을 느끼고, 좋은 친구가 하나 생기면 15퍼센트의 행복을 느낀다고.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는 돈으로 살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으니까. 그리고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니까.

 

문득, 내게 15퍼센트의 행복을 안겨주는 친구의 얼굴이 떠올라 그에게 전화를 걸어 말했다. 너는 15퍼센트의 행복을 안겨주는 아이라고, 그러자 친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네가 나한데 2천만 원을 주면 난 17프로나 행복해지는 거네?

 

수화기를 사이에 두고 싱거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어쩌면 한 사람이 주는 행복에 대한 퍼센트는 15퍼센트 이상은 아닐까? 드문드문 외로운 날들의 연속인 인생에서 그날 밤만큼은 외롭지 않았다. 행복이라는 게 사실은 거창하지 않다는 걸 친구가 증명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결국 우리는 계속해서 삶이라는 길을 걸어 나가겠지만, 85퍼센트의 외로움과 불안함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겠지만, 한 사람의 존재로 버틸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날 믿어주는 친구 하나, 사람 하나 존재한다는 것, 그걸로 살아지는 게 아닐까.

 

 

작은 별이 좋아졌다

 

 

 

업무차 들른 지방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있다.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별을 본 적은 처음이었다. 많은 별이 쏟아지는 광경 앞에 마음이 벅찬 것도 잠시, 한편으로는 슬픔이 찾아왔다. 그때의 상황이 하늘의 별들을 마음 편히 감상하기에는 너무 복잡했는지도 모르겠다.

 

별똥별은 떨어지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뿜어내고 그 와중에도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은 모두 자기의 모습을 뽐내는 듯 빛나고 있는데, 나만 누구도 찾지 않는 희미한 별이 아닐까. 나라는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저렇게 빛나는 존재로 보일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함께 있던 동료는 하늘을 바라보던 나를 물끄러미 보다가 대뜸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별은 크고 밝게 빛날수록 굵고 짧게 산다더라, 작을수록 길고 가늘게 살고,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가 엄청난 위안이 되었던 밤. 그래, 작은 별이긴 해도 빛나고 있으니까.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만족하며 살면 되니까, 빛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동료의 위로 아닌 위로에 화답한 순간, 하늘은 다시 아름답게만 보이기 시작했다. 이름 하나 없이 빛나는 수많은 별 때문에 별자리가 생겨났을 테고, 밤하늘은 이름 있는 별들이 아닌 이름 없는 별들로 더 아름다운 거겠지.

 

화려하지 않아도 스스로 작은 빛을 내며 자리를 지키는 별들. 그날 이후 나는 작은 별이 좋아졌다.

 

 

부치지 못한 마음

 

 

 

숱한 세월을 지나

당신과 나는 서로 다른 풍경 속에서

각자의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가끔은 그림 속 그리움이 번져

당신의 눈앞이 흐려지길 바랐다.

 

무심한 시간이 지나

당신과 나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각자의 바람을 맞고 있지만

가끔은 바람 따라 생각이 퍼져

당신이 한 번씩은 흔들리길 바랐다.

 

아주 가끔은 나처럼

당신도 비슷한 생각을 했으면 했다.

 

아주 가끔은 나와 같이

당신도 우리 생각에 슬프길 바랐다.

 

슬프게도

이 마음 당신에게 닿지 못하겠지만

아주 가끔은 그런 일이 일어나길 바랐다.

 

소윤 / ‘작은 별이지만 빛나고 있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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