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위에 깃든 고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들이 있다. 뱀이나 쥐 등이다. 어떤 이는 새가 무섭다고도 한다. 무덤 또한 피하고 싶어 한다.
한동안 무덤을 찍으러 전국의 야산을 오르락내리락하던 때가 있었다. ‘죽음은 무엇인가?’ 하는 따위의 철학적인 명제가 아니라 무덤이 삶의 주변과 자연에서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어린 시절 따뜻한 봄날에 등을 기대고 눕는다거나, 미끄럼을 타던 날들 속에 있던 묘지는 자연의 일부였다. 작은 반원형의 둔덕에 죽음은 없었다.
열 살 때 내가 가장 좋아하던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도 죽음의 실체는 없었다. 떠들썩한 장례식과 행렬이 있었다. 죽음이 그렇게 가버리고 나면 긴 시간 그리움만 남는다. 지금도 나는 반원형의 묘지에서 돋아나는 새순과 뜨거운 여름날 살짝살짝 드리우는 나무 그늘과 싸락눈이 내리는 풍경 앞에서 종종 서 있곤 한다.
지친 하루,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숲길에서 벗어나 한적한 오솔길로 들어섰다. 비라도 내리는 날에는 무서움마저 느끼게 하던 그 길이 오늘따라 바람이 소슬하고 햇볕이 파도처럼 나부끼는 것을 본다. 늘 지나다니는 길가 무덤 위에 가을 햇살이 비치고 고요함이 깃들어 있다.
아, 나는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이 고요함을 담을 수는 없을까. 사진은 어떤 장소나 시간에서 ‘잘라내는 것’이다. 이 고요함을 잘라내서 나중에 꺼내 볼 수는 없을까. 물론 잘 찍은 사진은 그런 것을 담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아니, 아니다. 그것은 박제에 불과하다. 날것 그것을 만나는 것은 단 한 번뿐이더라.
건지산. 2021. 김지연
김지연 / 사진가 (2021.10.29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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