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신성로마제국

송담(松潭) 2022. 11. 18. 10:55

신성로마제국

 

1605년 당시의 신성로마 제국의 국장

 

 

870년 두(동서 프랑크)나라는 오늘날 네덜란드 땅인 메르센에서 전쟁을 끝내기로 합의하는 메르센 조약을 체결했어. 이 조약에 따라 중프랑크의 영토에서 이탈리아만 빼고 나머지는 동과 서프랑크가 나눠 가졌어. 동프랑크 왕국은 오늘날 독일, 서프랑크왕국은 프랑스로 발전했지.

 

이때 프랑크 왕국을 지배하고 있던 왕조는 카롤링거 왕조였어. 그러나 나라가 쪼개지면서 왕조의 힘은 별로 강하지 않았어. 봉건제도가 발달했기 때문에 지방정부, 즉 제후국들도 중앙정부에 충성하지 않았지.

 

이때는 동서 프랑크 왕국 모두 왕의 권력이 약했어. 특히 동프랑크에서는 마인츠 쾰른 등의 대주교와 작센, 브란덴부르크의 제후국 왕(대공) 등 6명이 모여 왕을 선출했단다. 왕을 뽑는 이 사람들을 선제후라고 불렀어. 13세기에는 여기에 보헤미아의 왕이 추가돼 선제후라고 이름을 바꿨어. 이 선제후는 정치권력이나 군사력에서 중앙정부의 왕과 거의 비슷한 지위를 누렸단다. 물론 나중에는 점점 왕의권력이 강해졌지만 말이야.

 

919년 동프랑크 왕국은 혼란이 끝났단다. 새로운 왕조가 들어선 거야. 작센의 대공 하인리히 1세가 왕으로 선출되면서 동프랑크 왕국의 첫 왕조인 작센왕조(919~1024년)의 역사가 시작됐어.

 

 

하인리히 1세는 왕이 된 다음 먼저 동프랑크 왕국의 동쪽, 그러니까 오늘날의 동유럽에 자주 나타나던 마자르족을 물리쳤어. 이 마자르족은 쉽게 말하면 헝가리 민족이야. 아직 헝가리란 나라가 없었기에 야만족 취급을 받았지. 과거 로마 제국이 게르만족의 침입에 골치를 앓았던 것처럼 동프랑크 왕국은 마자르족을 포함해 동쪽의 이민족 때문에 고생깨나 했어.

 

마자르족을 물리친 하인리히 1세는 동프랑크 왕국 작센 왕조의 첫 왕으로 괜찮은 출발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어. 왕의 권력도 점차 강화됐지. 이런 기세는 그의 아들에게로 이어졌단다. 950년 하인리히 1세의 뒤를 이어 왕이 된 오토 1세는 동쪽에 얼쩡거리던 이민족들을 완전히 몰아냈어.

 

로마 교회와도 돈독한 관계를 이어갔어. 오토 1세는 955년, 로마 교황을 보호하기 위해 이탈리아에 군대를 파견했어. 로마 교황은 동프랑크 왕국이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준 것에 보답을 하기로 했어. 약 160년 전, 교황 레오 3세는 샤를마뉴를 서 로마 제국의 황제로 임명했었지? 이번에는 그 이벤트보다 훨씬 성대한 이벤트가 준비됐단다.

 

960년 중국에서는 송 왕조가 5대10국 시대를 끝내고 다시 중국을 통일했어. 2년 후 서아시아와 가까운 중앙아시아 지역에 투르크 인의 첫 이슬람 국가인 가즈나 왕조가 들어섰지. 바로 이 해에 로마의 교황은 오토 1세를 로마 제국의 황제로 임명했단다. 샤를마뉴가 서로마 황제로 임명됐을 때보다 훨씬 성대하다고 했지? 그 이유를 말해줄게. 이번에는 “로마 제국이 완전히 부활했으며 로마 가톨릭과 부활한 신성로마 제국이 완전히 한 몸이다!"고 선언한 거야. 단지 서로마 제국이 부활했다고 선언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지? 이렇게 해서 탄생한 국가가 바로 신성로마제국(962 -1806년)이란다. 오토 1세에게는 황제를 뜻하는 호칭인 대제가 붙었어. 오토 대제라 부르기 시작한 거야..

 

'신성로마 제국 = 독일'이라고 생각하면 정확하지 않아. 신성로마 제국의 황제가 오늘날의 기준으로 볼 때 독일 영토에서만 나온 게 아니거든. 오히려 훗날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를 많이 배출한 합스부르크 왕조는 오늘날 오스트리아의 역사로 여기고 있어.

 

신성로마 제국은 엄밀히 말하면 특정한 영토를 가진 나라가 아니었어. 쉽게 말하면 '영토가 없는 가상의 제국'이지. 프랑크 왕국이 동서로 분열된 다음 서프랑크 왕국은 프랑스로 발전했어. 그러나 동프랑크 왕국은 여러 제후국들이 영방 국가(중세 신성로마 제국의 제후국을 가리키는 말) 형태로 운영됐어. 그 때문에 제후국이 영토를 늘리면 신성로마제국의 영토도 늘어났고, 제후국이 이탈했으면 신성로마 제국의 영토도 줄어든 거야. 신성로마 제국의 영토가 들쭉날쭉한 이유를 알겠지.

 

18세기 즈음에는 독일, 오스트리아 뿐 아니라 체코와 폴란드 등 동유럽 몇몇 나라까지 신성로마 제국의 영토였어. 스위스와 이탈리아까지 신성로마 제국에 포함돼 있을 때도 있었어. 신성로마제국이 탄생하면서 동프랑크 왕국의 개념은 사라졌어.

 

동프랑크 왕국이 신성로마제국으로 성장하는 동안 서프랑크 왕국은 어떻게 변했을까? 앞에서 잠깐 말했던 대로 프랑스로 발전하고 있었어. 다만 왕의 권력이 약해 지방 제후국들의 힘이 강했단다. 제후국으로 볼 수 있는 영국이 프랑스의 영토를 거의 절반씩이나 차지한 것만 봐도 프랑스 왕의 힘이 없었다는 걸 알 수 있지.

 

김상훈 / ‘통 세계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