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직관 없는 개념은 공허하고

송담(松潭) 2022. 9. 16. 17:58

직관 없는 개념은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 < 순수이성비판 >

 

 

칸트(Kant, 1724-1804) 하면 떠오르는 말입니다. 칸트 철학이 추구했던 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죠. 직관(直觀)이란 감각을 통해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말합니다. 눈으로 직접 보거나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 보는 것이 직관이죠. 반면 개념(槪念)은 구체적인 것들을 일반화해 만들어 낸 지식 혹은 관념을 뜻합니다. 각각 열한 명인 양편이 공을 차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직관이고, 이런 경기를 축구라고 이름 짓는 것은 개념입니다.

 

근대철학의 비판적 종합

 

'직관 없는 개념은 공허하다'는 말은 직접적인 관찰이나 경험이 없이 개념만 가지고 있다면 그 개념은 텅 비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입니다. 뭔가를 안다는 것은 그것에 대해 떠올릴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축구의 규칙을 아무리 정확하게 안다고 해도 실제로 축구를 해 보지 않았다면 그 개념은 공허할 뿐이죠. 연예인의 이름을 안다고 해서 그 연예인의 됨됨이나 생활까지 다 아는 것은 아니기에 이름만 아는 것은 공허할 뿐입니다.

 

개념 없는 직관이란 지식으로 정돈되지 못한 감각이나 경험들을 말합니다. 우리는 평생 수많은 경험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어떤 개념이나 지식으로 묶이지 못한다면 제대로 이해될 수 없습니다. 지식은 개별적인 경험들을 묶어서 일반화한 것입니다. 비가 내리고, 나뭇잎이 떨어지고, 발로 찬 축구공이 땅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개념적 지식으로 묶은 것이 만유인력의 법칙입니다. 어떤 현상을 분류하고 개념으로 정리하지 않으면 체계화된 지식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라고 한 것입니다.

 

이제 칸트가 어떤 작업을 해냈는지 이해되실 겁니다. 칸트가 말하는 직관 없는 개념이란 합리론을 말합니다. 당연히 개념 없는 직관이란 경험론을 말하겠지요. 이 둘을 종합해서 제대로 된 철학을 완성하려는 것이 칸트의 시도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지식을 얻으려면 경험이 필요하고, 이성을 통해 이 경험을 정리해야 필연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험론과 합리론의 종합입니다.

 

안상헌 / ‘미치게 친절한 철학’중에서

'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몸이다  (0) 2022.09.20
존재란 무엇인가  (0) 2022.09.19
물 흐르듯 자유롭게 사는 삶 / 노자의 <도덕경>  (0) 2022.09.05
소유를 넘어 존재하는 삶  (0) 2022.08.03
더블린에서 고도를 기다리며  (0) 2021.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