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물 흐르듯 자유롭게 사는 삶 / 노자의 <도덕경>

송담(松潭) 2022. 9. 5. 17:56

물 흐르듯 자유롭게 사는 삶 / 노자의 <도덕경>

 

 

 

세상의 흐름 ‘도(道)’를 따르라

 

<도덕경>은 춘추시대 노자가 남긴 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도덕경은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살 것을 권합니다. 노자의 가르침을 흔히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고 합니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물 흐르듯 사는 삶입니다. 인간은 인위적으로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데, 이는 혼란을 가져오고 고통의 원인이 됩니다. 욕망이 크면 괴로움도 크다는 것을 노자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누군가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 해도 그것은 그의 노력이 아닙니다. 마침 주식이 내려갔는데 그때 여윳돈이 생겼고, 우연히 마음에 드는 종목을 샀고, 마침 그 회사 실적이 좋아서 주식 가격이 상승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내가 주식을 샀기 때문에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이죠. 상황이 나빴다면 주식으로 오히려 손해를 봤을 겁니다. 그래서 노자는 일이 될 때가 되어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사람이 노력해서 된 것이 아님을 강조합니다. 기고만장하지 말고,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살 것을 권하는 것입니다. 이런 세상의 흐름을 도(道)라고 불렀습니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물의 유연성

 

상선약수(上善若水)는 물과 같은 삶입니다. 물은 다른 사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그들과 다투지 않습니다. 산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주변의 생명을 먹여 살리면서 끝없이 아래로 흘러갑니다. 항상 낮은 곳을 향하면서 바위를 만나면 피해서 돌아가고, 웅덩이를 만나면 다 채운 후 흘러넘칩니다. 아무리 작은 물줄기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됩니다. 물은 자기를 고집하지 않습니다. 둥근 그릇에 담으면 둥근 모양으로, 네모난 그릇에 담으면 네모난 모양으로 자기를 바꿉니다. 상황과 주변의 형세에 순응할 뿐 억지로 하려는 욕망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끝내 자기 길을 갑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말처럼 하지 않는 듯하면서 하는 것이 물입니다. 그래서 물은 도(道)에 가깝습니다.

 

아이의 마음으로

 

도를 깨친 사람을 도인(道人)이라고 합니다. 자연의 원리를 알고 그에 따라 자신을 운용하는 사람입니다. 도인은 갓난아이와 같습니다. 아기는 자연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벌에 쏘이거나 뱀에게 물리지 않습니다. 벌이나 뱀을 보고 놀라지 않고, 피하려는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과 만나서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대하면 공격할 일도 공격받을 일도 없습니다. 반면 ‘내 생각은 그렇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이면 티격태격하는 일이 생깁니다. 자기를 강조할수록,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주장할수록 다툼이 생길 가능성이 커집니다. 아무 생각 없이 살자는 것이 아닙니다. 별것 아닌 나의 주장과 고집으로 삶을 피곤하게 만들지 말자는 것입니다. 큰 형상은 모양이 없는 듯하고, 큰 생각은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법입니다.

 

<도덕경>은 자연의 원리를 통해 우리 삶의 태도를 되짚어볼 수 있는 가르침을 빼곡히 담고 있습니다. 큰 우주의 원리에 비해 우리가 가진 생각은 아주 작고 사소합니다. 작고 사소한 것에 사로잡혀 자신을 괴롭히지 않고 큰 생각으로 우주와 하나가 되는 삶, 이것이 노자가 말하는 좋은 삶입니다.

 

글 / 안상헌 작가 <미치게 친절한 철학> & <생산적 책읽기>의 저자

출처 : ‘공무원연금’2022.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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