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양 수필

나의 蒐集이야기

송담(松潭) 2021. 7. 12. 15:42

나의 蒐集이야기

 

 

장기양

jangky5384@hanmail.net

 

 

 

 

 

 

어릴 적 옆집 6촌 동생에게 학생 잡지 부록으로 나온 일기장과 우표 몇 장을 100원에 샀던 기억이 난다. 그때 일기를 썼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70년대 일기를 쓰는 계기가 되었고 서울에 올라와서도 일기를 쭉 쓰게 된 것 같다. 20여 년 쓰다 보니 억지로 쓰는 것 같아 그 뒤로 쓰지 않았지만, 무엇인가 하겠다고 하면 속도는 느리지만, 기어이 해내는 습성이 생겼다.

 

우표도 70년대 10원, 20원짜리 우표 나오는 날은 우체국으로 달려가 새 우표를 사게 되었다. 미처 정리는 안 되었어도 나도 모르게 수집광이 되어 버렸다. 그런 인연일까 우체국에 근무하며 자연스레 우표에 관심을 끌게 되었고, 그에 맞춰 친구들에게 편지로 소식을 주고받았으며 편지와 함께 우표의 소중함도 알게 되었다.

 

우취단체에 가입하여 매년 열리는 대한민국우표전시회도 참관하게 되고 그런 이유로 일본 요코하마에서 개최된 PHILANIPPON 2011 세계우표전시회(그림1) 참관하는 것을 비롯하여 중국 우표전시회도 참관하러 다녀왔다. 구경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취인과 만남이 더욱 값진 인연이 되기도 하였다.

 

 

가방끈이 짧아 늘 책을 가까이하다 보니 독서의 습관화가 몸에 배게 되었고 나중에 검정고시를 통해 행정학과 국문학을 공부하며 짧은 가방끈을 늘렸다. 조간신문만 45년여 보는 동안 이따금 투고하였고, 나중에는 몇 번의 기고문을 발표하기까지 나도 모르게 필력은 늘어만 갔다.

 

또 90년대 인터넷이 한창 피어오를 때 여러 은행에서 사보를 정기적으로 받아보며 각종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주택은행(현 국민은행과 합병) 사보 편집실에서 원고청탁을 받고 가족사진과 함께 사보에 실렸을 때의 기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게 글의 처녀작인 셈이다.

 

세상 살아가면서 정답이란 없다. 항상 스스로 정답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합리적인 것과 비합리적인 것이 항상 공존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서양철학은 이성적이지만 동양철학은 감정적인 면을 보더라도 비교가 된다.

 

몇 년 전 청계천에서의 일이다.

 

행운의 동전 던지기 코너에서 지나가는 외국인에게 100원짜리 동전 몇 개를 건네주었다. 내가 먼저 동전을 던지니 그들도 따라 하며 동전 던지기에 열을 올렸다. 그들에게 취미로 동전을 수집한다고 했더니 자기 나라 동전 몇 개를 주었다. 어떤 이는 지폐까지 건네주었다. 그 가치를 놔두고라도 다른 나라 지폐를 건질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소득이 아닐 수 없다. 우표전시회에 자원봉사 하면서 외국인들에게 친절을 베풀었더니 어떤 이는 그 나라 우표를 몇 장 보내는 정성까지 보여줬다.

 

올해는 코로나-19 펜데믹(그림 2)으로 우취모임을 제대로 가지지 못했다. 카톡이나 문자, 전화로 안부를 잠깐 나누는 정도에 그쳤다. 우표전시회는 비대면 사이버로 개최할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표수집이나 동진과 지폐 엽서 등을 수집하면서 정보는 물론 작은 한 점 한 점에 많은 정을 느낀다. 감히 수집광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런 작은 수집 하나하나가 잊지 못할 추억을 쌓는 게 아닐까?

 

정서적으로 무언가에 몰입한다는 것 자체가 취미생활에 힘을 보태며 더더구나 그 어느 것보다 격이 있는 취미생활에 나름의 보람을 느낀다.

 

郵趣春秋 2020(vol.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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