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빈틈의 중력

송담(松潭) 2017. 8. 6. 10:30

 

 

빈틈의 중력

 

 

 

이미지 출처 : 에버그린 

 

 

 

 그룹 동물원의 옛 노래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를 듣는 이들이 각자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떠올리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겁니다. 우연히 헤어진 연인을 만난 곳이 시청역이고, 지하철 플랫폼이라는 설정이 얼핏 들으면 구체적으로 보이 지만, 결정적인 부분들은 다 열려 있거든요. 이 노래의 가사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너를 다시 만났었지

신문을 사려 돌아섰을 때 너의 모습을 보았지

발 디딜 틈 없는 그곳에서 너의 이름을 부를 땐

넌 놀란 모습으로 음-

 

너에게 다가가려 할 때에 난 누군가의 발을 밟았기에

커다란 웃음으로 미안하다 말해야 했었지

살아가는 얘기 변한 이야기 지루했던 날씨 이야기

밀려오는 추억으로 우린 쉽게 지쳐갔지

 

그렇듯 더디던 시간이 우리를 스쳐 지난 지금

너는 두 아이의 엄마라며 엷은 미소를 지었지

나의 생활을 물었을 땐 나는 허탈한 어깻짓으로

어딘가 있을 무언가를 아직 찾고 있다 했지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는 날에

빛나는 열매를 보여준다 했지

우리의 영혼에 깊이 새겨진

그날의 노래는 우리 귀에 아직 아련한데

 

헤어진 연인이 오랜만에 마주친 상황, 그 순간의 어색함. 살짝 남아 있는 친밀함의 기억. 평상시처럼 행동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한 사람. 눈에 띄는 변화가 느껴질 만큼 훌쩍 지나버린 시간. 연인이라면 한 곡쯤 가지고 있을 어떤 노래에 대한 추억…… 이런 대목들은 어느 누구나 자신의 추억을 대입할 법한 이 노래의 빈틈입니다.

 

가끔씩 너를 생각한다고 들려주고 싶었지만

짧은 인사만을 남겨둔 채 너는 내려야 했었지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 너의 모습이 사라질 땐

오래전 그날처럼 내 마음에는

 

 이런 대목도 그렇죠. 내가 들어가 서 있기 정말 좋은 가사 아닌가요?

 

 어디에선가 갑옷의 틈새를 보여주는 것은 상대에 대한 깊은 신뢰의 표현이란 문장을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보이지 않는 갑옷을 이중 삼중으로 껴입고 살아갑니다. 그런 세상에서 빈틈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건, 상대를 얼마나 신뢰하는가를 설명하는 또 다른 표현일 겁니다.

 

 거꾸로 생각해볼까요. 단단한 갑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는 누군가가 나에게 빈틈을 보여준다면? 어쩌면 우리는 그 사람에게 더 큰 매력을 느낄 겁니다. ‘완결된 무엇도 좋지만 들어올 여지는 더 좋습니다. 때론 빈틈을 조금 열어 보이고, 그 빈틈을 상대가 채우게끔 해보세요.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만들어보세요. 완벽한 메시지를 발신하겠다는 생각을 살짝 내려놓아보세요.

 

 빈틈에는 중력이 있고 매력이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에 빠지던 많은 순간들이 사실은, 완벽해 보이던 누군가가 빈틈을 보일 때 아니었던가요?

 

 유병욱 / ‘생각의 기쁨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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