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사랑은 결핍에서...

송담(松潭) 2017. 8. 19. 16:17

 

 

사랑은 결핍에서...

 

 

 

 

 

 

 그러나 가장 큰 괴로움은 모니카에 대한 소유욕이었다. 그런데 이런 열정이 마음의 병일까? 가르쳐주지 않아도 성숙한 사람이면 누구에게라도 생길 수밖에 없는 생득적인 것인데, 사랑이 병이라면 세상에 마음의 병을 앓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수많은 별이 금방이라도 우수수 쏟아질 것 같았다. 목장을 지키는 개 짖는 소리가 산울림을 만들고 풀벌레 소리가 도랑물 흐르는 소리를 삼킬 듯 시끄러웠다. 침묵은 걸음을 더디게 했고 어둠을 놀라게 하려는 듯 반딧불이가 꽃춤을 추고 있었다. 뜨거운 햇살은 별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사라졌지만 그 열기는 한 자락 남겨둔 밤이었다.

 

 나는 그녀가 붙여놓은 시간표를 보며 불가피 한 사랑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연상의 여자가 연하의 남자에게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을 알면서 저리 정성을 쏟는 것은 불가피한 사랑을 의식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일 것 같았다. 방학 기간 한 달 동안 단칸방에서 함께 기거하기로 작정했다면, 코흘리개 어린애도 아니고 신체 건강한 남자와 한방에서 살기로 마음먹었다면, 어찌 불가피 한 사랑을 예감하지 않겠는가. 성숙한 여인이 말이다. 내 마음은 이미 촉촉하게 젖었다.

 

 나란히 놓여 있는 두 개의 이부자리를 볼 때부터 내 두뇌 속 어딘가에서 폭약이 쟁여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 몸 구석구석으로 번지고 있었다. 폭약이 시도 때도 없이 저절로 터질 때마다 나는 조금씩 바스라져가고 있었다. 나는 안다. 거부할 수도 저항할 수도 없는 사랑에 내가 초토화될 것을. 내게는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결핍이 존재하고 있었다. 온몸에 숨어 있는 결핍, 머릿속과 영혼에 숨어 있는 결핍은 달콤한 사랑이었다. 그건 마땅히 한 여자에게 무서운 속도로 다가가는 것이었다. 그녀에게서 결핍을 채우고 그대로 산화할 수 있기를 갈망했다. 그녀에게서 사랑한다. 너만을 사랑한다는 속삭임을 듣고 싶었다.

 

 

 김홍신 / ‘바람으로 그린 그림중에서

 

 * 위 글 제목 사랑은 결핍에서...’는 독자가 임의로 정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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