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치유

내 인생은 왜 힘든가요?

송담(松潭) 2014. 1. 27. 09:20

 

 

내 인생은 왜 힘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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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힘들다고 느끼는 마지막 이유는 생에 대한 개념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은 인생이 본래 아름답고 행복해야 한다고 믿는다. 생에 대한 근거 없는 환상을 가지고 있어서 현실의 삶이 상대적으로 초라하고 견디기 힘들게 느껴진다. 백마 탄 왕자가 없는 것처럼 단언컨대, 아름답고 행복한 인생이란 없다.

 

 누구의 삶이나 그 속살을 열어보면 피를 철철 흘리고 있다는 게 생의 첫 번째 조건이다. 생에 대한 환상이 많은 이들은 타인의 성취에 대해서도 시기하는 마음을 먼저 일으킨다. 타인들의 성취 뒤에는 무수히 많은 좌절과 인내,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은 볼 줄 모른 채 겉으로 드러나는 좋은 면만 부러워한다. 어떤 이는 다짜고짜 그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시기심에서 오는 고통은 마치 자기 것을 빼앗긴 양 절절하다.

 

 그런 이들이 현실의 고통을 피해 즐겨 숨는 곳은 환상이다. 환상 속에서 꿈꾸는 모든 삶을 누린다. 하지만 환상은 성인이 되기 전까지만 허용되는 생존법이다. 성장기의 약한 자아가 현실의 냉혹한 모서리에 부딪쳐 피를 흘리지 않도록, 환상은 어린 자아를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어딘가에 다정한 엄마, 행복한 가정이 있을 거라는 꿈을 꾸면서 고통스러운 현실을 넘어간다.

 

 성인이 되면 현실의 날카로운 모서리와 직면해야 한다. 모서리에 부딪쳐 이마가 깨어지고, 벽에 부딪쳐 찰과상을 입으면서 현실의 삶을 배워나간다. 넘어지고 부서질 때마다 냉철하게 현실을 인식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주저앉아 힘들다고 탄식할 게 아니라.

 

 우리 젊은이들은 성장기 내내 대학 입시를 준비하느라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울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삶의 주도권을 자기 손에 쥐고 스스로 자기 인생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인식도 없어 보인다. 그리하여 성인으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점에 이르면 총체적 난국에 처하는 듯하다. 배운 적 없고 준비하지 않은 어른의 삶을 살려니 매사에 힘들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

 

 젊음은 본래 혼돈과 미숙함의 시기여서 가만히 있어도 삶이 어렵다. 불안감이 많은 기성 세대는 젊은이들을 믿고 지지해줄 줄 모른다. 객관적으로 사회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처해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삶이 힘들다고 느낄 때 거기에는 명백히 두 차원이 있다. 객관적인 상황이 힘든지, 마음 깊은 곳에서 자기 삶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느끼는지. 두 가지를 구분할 줄만 알아도 삶이 조금 수월해질 것이다.

 

 

김형경 | 소설가

(2014.1.27 경향신문)